가족 친화인증제도는 ‘가족친화 사회 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는 제도로 가족 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 및 정부·공공기관에 대하여 심사를 통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인증 기준으로는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가족 친화직장문화조성, 양성 및 남녀고용평등, 일·가정 양립지원, 가정폭력·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의 준수사항 충족여부다.
필자가 재직 중인 전북신용보증재단은 2016년에 처음 시작해서 3수(修) 끝에 가족 친화 기관으로 작년 말에서야 어렵사리 인증을 받았다. 우수한 가족 친화경영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가족 친화제도를 운영함으로써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고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함을 인정받은 것이다.
짧지 않은 3년여 동안 직장의 장(長)으로서 가족 친화인증을 추진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수많은 의문을 던져보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과연 가족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 했는가에 대한 회의가 먼저 나를 괴롭혔다.
가족들이 나의 가장으로서의 부족함과 불성실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 마다,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 ‘먹고살기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위기를 넘기곤 했기 때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에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나가 뭐니 뭐니 해도 자기 자신의 부모님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어머님이다.
나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 조각’들은 몇 가지의 장면들을 빼면 거의 없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겨우 아홉 살 때, 정(情)이 다 크기도 전에 병환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 희미한 기억들은 추운 눈보라가 치던 겨울 날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교회를 함께 갔던 일, 그 시절에는 전라도 지방에서 가장 큰 시장인 지금의 남부시장에 장을 보러 갔다가 엄마 손을 놓쳐 소리쳐 울면서 길을 헤맸던 일, 친구들과 함께 감꽃 시계를 만들어 목에 두르고 땅에 떨어진 감꽃을 너무 많이 주워 먹어 입술이 까맣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시고 위생에 좋지 않다면서 왜 그랬느냐고 매를 들었던 일, 한 여름날에 아이스케키를 부엌 찬장에 사두셨는데 다 녹아버려 얼음물이 아닌 뜨뜻한 맹물만 먹었던 일, 빨래를 밟으시면서 생쌀을 깨물어 드시던 모습, 병환으로 누워계실 때 무당을 불러들여 굿을 했던 장면들, 큰형이 어머니 머리맡에서 회중시계를 들고 맥박을 재던 임종 장면, 상여가 나가던 날의 집주변 사람들의 부산한 모습 등이 전부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이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 자란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품이 엄마의 품이라는데 나는 그런 엄마의 ‘사랑’과 ‘품’을 모르면서 살았다.
어렸을 적의 엄마에 대한 원망과 서러움, 하지만 그 슬픈 이름만 생각해도 코허리에 매운바람이 찡하니 맺혔고, 가슴 시렸고, 애달파 했으며, 항상 새롭고 끝이 없는 진한그리움이 어디에선가 솟아났다.
세상의 모든 ‘사랑과 이별’은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다 잊히고 만다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이별’만은 세월이 가면 갈수록 간절해지고 더욱더 생생해진다.
돌아가시면서 아홉 살 난 철모르는 막내아들을 남겨 두고 차마 눈을 감지 못하셨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남기고 싶어 하셨을까.
어머니!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고, 푸른 바다 그보다도 넓은, 난 당신을 사랑합니다.단 한 번도 그 말을 못 했지만....
/김용무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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