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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를 생각한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바야흐로 여름이다. 도내에서는 지난 달 25일 선유도해수욕장을 시작으로 다음 주말이면 나머지 7개 해수욕장이 일제히 문을 연다. 한해 전국 해수욕장 이용객이 1억명을 넘는다고 하니 역시 여름은 바다다. 어디 해수욕장 뿐인가. 섬 여행, 바다 낚시, 해양 레저 등을 즐기는 사람들을 합하면 국민 한 사람이 해마다 3일 이상은 바다를 찾는 셈이다.

이처럼 바다는 낭만과 여행, 휴식과 힐링의 장이자, 영화 ‘언더워터’의 주인공 처럼 파도를 가르며 환상적인 서핑을 즐기는 모험과 도전의 공간이다. 반면에 누군가에게는 거센 파도와 바람에 맞서 싸워야 하는 생업의 장이자 조상대대로 물려 온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주로 육지에서 생활하는 우리에게 바다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바다하면 언뜻 해안에 즐비한 횟집, 해변과 파도, 오가는 배와 갈매기, 등대나 망망대해 등 일상적인 경관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바다의 실체에 대해 우리가 아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바닷속에 잠긴 95%의 실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비정부기구인 세계자연기금(WWF)이 해양에서 매년 2조 5천억 달러의 가치를 새로 창출한다고 평가한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

전북의 서해는 어떤가? 천혜의 자연보석 고군산군도를 포함한 93개 유?무인도, 여의도의 38배 크기 만한 갯벌, 수출입 물류 관문 군산항, 연간 30만명이 이용하는 연안여객선, 7천어가가 넘는 어업경영체를 품고 있다. 여기에 전라북도 전체 육지 보다 3.5배나 넓은 해양 영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용 가치가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렇게 광활한 바다 속에 숨겨진 가치를 우리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해 바다는 아직까지 어업 활동과 뱃길 등 대부분 전통적인 이용에 머물러 있다. 주인없는 바다에 먼저 가서 선점하면 그만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어업인간 갈등이나 불법 어로 행위 등 무질서한 모습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자원개발 등 바다 이용이 다양해지면서 다른 산업 분야간 분쟁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어청도 인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골재채취를 하기 위해 지난 달 11일 열릴 예정이던 공청회가 어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서해 해상풍력단지 건설 또한 반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이 그 예이다.

이제는 바다의 가치를 제대로 향유하고,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바다를 활용하는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할 때가 왔다. 마침「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올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해양공간계획이라는 말이 생소하겠지만, 육지를 국토계획법에 따라 도시?농림지역 등과 주거?상업 지역 등으로 나누어 관리하듯이 바다도 어업, 자원개발, 항행 구역 등 그 공간에 가장 적합한 용도를 설정하여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 해양도 공간별로 어떻게 활용해야 경제,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핵심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항만, 어업 나아가 레저,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해역 특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조화로운 해양공간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도민 모두가 함께 고민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 가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항해시대의 교훈처럼 해양을 통한 가치선점과 전략보유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이제는 해양을 통해 확보해야 할 미래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해 바다는 열려 있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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