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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립미술관의 쇄신을 위한 제언

김호석 수묵화가·전 전통문화대 교수
김호석 수묵화가·전 전통문화대 교수

‘전북도립미술관’은 도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또 문화 전북의 위상을 높이는 디딤돌이다. 그런데 도립미술관이 심하게 앓고 있다. 특정 문화 권력의 횡포와 인사권 전횡, 관장의 미래 비전을 방해하는 악습 등이 그것이다. 이런 내용은 국감이나 특별 감사를 통해 바로 잡아가야 할 일이다. 뜻있는 미술인들은 도립미술관의 구태를 일소하지 않은 이상 어떤 능력 있는 미술관장이 부임해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는 누구보다 전북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도립미술관의 환골탈태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전시 기획력이다. 전시 기획은 미술관의 꽃이다. 학예사는 전시로 말한다. 그래서 기획력은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다. 상당수 전북의 주요 미술가들은 기획력 부재를 첫 손에 꼽는다. 그 원인의 하나로 학예직이 비전공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현재 관장이외에 미술관학이나 미학 미술 비평, 미술사 등을 전공한 전문가가 없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가로는 미술관의 순기능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둘째, 합리적인 인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술관은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5년 임기’ 계약을 하는 이유는 창의력을 생명으로 하는 직업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혁신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전문가를 과감히 고용하여 정체된 미술관을 쇄신해야 한다. 그러나 전북도는 학예사 선발과 운용에서 전문성과 능력을 위주로 선발하지 않았다. 관장도 동의하지 않았고 도에서도 재임용을 거부 한 인사를 공모 형식을 통해 임용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특정인을 선발하기 위해 면접 때 질문 할 내용까지 상의했다는 소문이 미술계에 파다하다. 능력 있는 큐레이터가 절실한 상황이다.

셋째, 아카이브 구축에 대한 완성도 문제다. 전북 미술은 전북만의 독특성을 담고 있다. 문인화 정신과 선비문화 그리고 수준 높은 풍류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이런 인문 지리적 환경은 전북만의 예술적 성과물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대한민국 문화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왔다. 전통성의 구심점에 서있는 이삼만, 이정직, 최석환, 채용신, 송기면, 송성용 등은 전북 미술의 보배이면서 한국 서화의 원형 자원이다. 이들에 대한 아카이브가 얼마나 완성도 있게 구축 되어 있는지, 전담 학예사가 있는지 전공자에 의한 연구 성과는 어느 단계까지 진척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넷째, 도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문화 향유 기회다. 전북 미술만의 정체성 이해와 한국 미술의 흐름 그리고 세계 미술의 현장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기 차원을 문화적으로 향상 시킬 수 있는 실현 방안을 찾는 게 더 절실한 문제일 수 있다.

다섯째, 전북지역과 당대의 대표적인 미술품 수집과 평가 문제다. 미술관은 의미 있는 작품 수집에 집중해야한다. 시대와 역사의식을 반영한 작품 탄생 배경과 제작 과정까지 소상히 채록하고 연구해야한다. 작가의 작업 노트와 완성에 이르는 흔적까지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전북 지역에서 활동했던 작가, 예를 들면 군산지역에서 활약했던 박래현, 전주에서 간판 집을 하며 전통 수묵화의 재창조를 위해 예술혼을 불 태웠던 이응로부터 한국 수묵화의 국제적 위상 정립을 완성 시키려한 송수남까지, 이들에 대한 자료 수집과 작품 연구의 진척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묻고 싶다.

도립 미술관은 수집된 작품을 통해 도민의 문화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바로 줄탁동시의 조화다. 아울러 문화를 통해 동락과 대동 세상을 만들어가는 공간이 돼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기득권을 넘어 문화 창달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작금의 사태가 일종의 춘화현상과 같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상처는 치유 되어야 한다.

/김호석 수묵화가·前 전통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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