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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심각하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 3월 해외에서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가 결제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는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가 거액의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당했다.

전화를 받은 상담원이 명의도용이 의심된다면서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고 했고, 얼마 뒤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사기범이 연락해 와 A씨 휴대폰에 원격조종 앱을 설치하게 했다. 이후 사기범은 A씨 휴대폰을 통해 카드론 대출을 실행한 뒤 다른 계좌로 4900만원을 이체하도록 유도했다. A씨는 뒤늦게 보이스피싱 사기임 깨달았지만 돈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어 한층 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보이스피싱 수법을 전혀 알지 못해 당하는 것은 아니다. 전화 통화 초반에는 보이스피싱으로 의심을 하다가도 사기범들이 정교하게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흘러가다 보면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많은 피해자들의 경험담이다. 사기범들이 수사기관이나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하는데, 진짜로 여겨질 정도로 전문용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회유와 협박을 적절히 섞어가며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알고도 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만큼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피해 금액이 4440억원, 피해자 수는 4만8743명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피해 금액이 3317억원에 달해 지난해 피해 규모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중 하루 평균 18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전북 지역에서도 발생하는 피해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북 지역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이 12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올해 상반기 중 발생한 피해 금액은 8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7억원에 비해 무려 5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범죄의 주된 대상이 자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사기의 70%는 이른바 ‘대출빙자형’이었다. 저금리 대출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속여 대출금이나 수수료를 가로채는 수법이다. 통장에 여윳돈을 가지고 있어야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이 없어서 대출을 받으려다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미이다.

도민들이 보이스피싱 사기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기 수법과 예방 요령에 대한 정보 제공이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도민들과 직접 접촉하는 도내 지자체, 경찰청, 금융감독원, 금융회사 등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홍보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바퀴벌레는 뛰어난 생존력 덕분에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살충제로 바퀴벌레를 박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살충제를 살포하여 일부를 없애더라도 이를 버텨낸 바퀴벌레들이 강한 내성을 가진 새끼를 낳기 때문이다. 위생 관리를 통해 번식을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간 신뢰를 훼손하는 보이스피싱 사기 또한 그 수법이 점점 교묘하게 진화하면서 각종 피해 예방 노력에 대한 내성을 높이고 있다. 사기범들이 우리 사회에서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지 못하게 하려면 누구나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경각심을 높여 나가야 한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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