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항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8월 말 기준 물동량이 작년보다 8%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비록 한국지엠 사태 등의 여파라고는 하지만 지역 항만행정에 책임이 있는 필자의 입장으로서는 여간 착잡한 게 아니다.
항만의 중요성이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경제산업의 원천으로서 최근에는 종합물류 외에 도시형성 기능까지 그 역할이 확대되어 지역경제 상황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군산항의 현실은 어떠한가? 2018년 기준으로 군산항의 물동량은 전국 31개 항만 물동량의 1.1%, 컨테이너는 0.3%에 불과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연간 하역능력은 서해권 경쟁 항만인 목포항과 보령·대산항보다 앞선 전국 7위권(2921만톤) 수준이지만 실제 화물처리량은 이들 항만보다 뒤진 11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군산항의 입지가 좁아진 사이에 평택항 등 주변 항만들이 맹렬한 기세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군산항도 항만 마케팅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각 항만마다 신규 인프라 확충으로 처리능력이 늘어난 반면 물동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군산항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가? 한때 세계 5위권에서 지금은 자국 내 군소항으로 전락한 일본의 고베항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지, 1966년에야 첫 컨테이너선이 입항했지만 지금은 유럽 최고의 허브로 성장한 로테르담과 같은 항만으로 도약할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지금이라도 군산항의 현실을 냉철히 직시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주요 국가물류망이 부산과 수도권에 몰려있는 데다 빈약한 배후산업, 심한 조수차와 토사 퇴적 등 취약한 여건 속에서 단순히 물동량 위주의 양적 경쟁을 해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
결국 타 항만에 비해 경쟁력이 우월한 특화항만을 만들지 않고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국내 자동차 물류처리 1위의 위상을 확고히 다진 평택항, 오일 허브를 꿈꾸는 울산항 등 특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후발 항만들이 그 분야에서 국내 주요 항만들을 압도하고 있다. 단순 선박 입출항과 화물 하역, 보관, 운송기능에 머물러 있는 군산항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그렇다면 군산항만의 특화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대체적으로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첫째는 농수산식품 특화항만 육성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 등과 연계해 식품의 저장·가공·배송을 위한 신선물류시스템 구축과 전문 물류기업의 투자 유치 등이 필요하다.
둘째는 중국 등과의 지리적 이점과 교역 흐름을 반영한 선제적 물류거점 구축이다. 인근의 대전 택배 허브를 십분 활용한 전자상거래 물류센터 구축과 신남방·대중국 환적 화물 유통기지화, 신 물류 루트 개척 등을 통해 경쟁 우위의 고부가 사업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는 배후산업에 최적화된 종합물류기지 구축과 맞춤형 항만서비스를 통한 신규 물동량 창출이다. 중고차 수출, 전기차 생산 등 배후산업과 연계된 원스톱 물류서비스, 스마트 항만, 항만배후의 대규모 복합물류단지 조성을 통한 물류산업 집적화가 그것이다.
쇠퇴와 도약의 기로에 선 군산항! 선택은 분명하다. 향후 1, 2년이 군산항의 도약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온 도민의 관심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선박과 기업·사람이 북적대는 자랑스러운 군산항을 꿈꿔 본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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