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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회장 선거 유감

이흥래 前 언론인
이흥래 前 언론인

민주주의에서 선거처럼 결과에 절대적인 권위가 주어지는 제도도 흔치 않다. 무명인사라도 당선만 되면 대단한 권한과 혜택이 주어지지만 패자에겐 가혹한 시련과 고난이 기다릴 뿐이다. 결과가 이러다보니 선거는 그 승패를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얼마 전 치러진 전라북도 체육회장 선거 역시 당초의 기대나 예측과는 크게 다른,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물론 당선자측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하겠지만, 그간의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의 전반적인 평가와는 퍽 다른 결과임은 분명하다.

이번 선거의 직접 투표인은 아니지만 언론계 현직에 있을 때부터 체육과 이러저런 관계를 맺다보니 이번 선거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 보았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의문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선거를 해야 하는가였다. 말로는 거창한 도 체육회장 선거이고, 후보들 역시 어마어마한 공약들을 내걸었지만, 그에 걸맞는 실질이 없는 선거라는 점은 그 당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각급 체육회장을 선거직으로 전환시킨 입법 당사자들은 체육회 조직이 단체장들의 사조직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개선책으로 선거제를 도입했지만 과연 단절이 가능하다고 보았을까. 알다시피 체육활동은 인적, 물적 요소의 유기적인 연계가 근간이다. 일반 동호인에서부터 선수와 지도자가 인적 요소라면 경기장과 시설 그리고 운영체계는 물적 요소가 될 것이다. 이런 인적, 물적 요소가 효과적으로 연계되어야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단체장의 사조직화를 방지한다지만, 예산 때문에 단체장에게 머리를 조아릴 또 다른 수족 하나를 만들어 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바로 체육회장 선거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지만 그런데도 후보들의 공약은 어마무시했다. 자신이 당선만 되면 지도자나 선수들의 처우는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곳곳에서 새로운 팀과 스포츠 클럽이 생겨나 왕성하게 활동하는 꿈의 스포츠 무대가 펼쳐질 것처럼 얘기했다. 또 어떤 후보는 체육발전을 위해 얼마를 쓸것처럼 호도했다는 말도 들렸다. 이번 당선자는 외국에서 좀 공부했던 그 인연으로 무슨 대규모 국제대회를 열겠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성이 있기나 할까. 이같은 어불성설을 가리고자 후보들마다 전체 예산의 얼마를 체육예산으로 정하는 법이나 조례를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그렇다면 농업예산은 얼마로 하고 공업예산은 얼마로 해야 할까. 예산을 얻어야 하는 판에 과거 단체장들이 심어놓은 임직원들을 바꿀 수 있기나 할까.

선거 당일, 후보들의 면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바쁜 시골 체육인들까지 만사를 제쳐두고 투표하겠다며 길게 늘어선 것은 결정적인 반전, 그 자체였다. 게다가 요란한 박수부대까지 진을 쳤으니 그렇게 대단한 선거인 줄 미쳐 모른 사람들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거판의 결과는 대단히 야박하다. 차점자에게 인사권과 예산권 일부라도 나눠주는 선거를 본 적 있는가. 지금까지 수십년간 체육계를 돌봤던 사람들이 체육계를 손가락질하며 떠났다. 5천만원의 기탁금에 이리저리 쓴 돈도 많았는데 불과 기십표를 받아들고 떠난 체육계 원로들의 어깨가 절로 흔들렸다. 도대체 이런 선거 왜 해야하나.

/이흥래 前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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