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관광객 감소에 따른 대비책으로 내부순환 관광트램이 고려되고 있다. 과거 전주시가 추진했던 대중교통 경전철과는 다른 관광교통수단이다. 슬로우시티(slow city) 한옥마을 정체성과 상업화를 위한 관광트램과의 관계가 좀 어색하지만 순수하게 교통계획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
교통의 주목적은 접근성이다. 외국의 경우 낙후된 구도심의 재생을 위해 트램, 버스 등의 교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접근성을 높여 지역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사례는 많다. 상업화된 지역을 운행하는 교통은 관광교통수단이 된다. 미국 덴버가 거의 폐허가 된 구도심 2.0km 구간에 무료 하이브리드 버스를 도입하여 하루 평균 관광객 10만여 명을 유치한 것은 구도심 활성화의 대표적 사례이다.
전주시는 트램을 참고하기 위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관광트램을 견학하고 왔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인구 약 38만명, 면적은 전주의 7배로서 인구 밀집도가 낮고 여유로운 가로와 쾌적한 도시경관을 갖고 있다. 이 도시의 트램은 국내 시티투어 버스와 유사하게 도심의 관광지점을 50분 정도 순환한다. 영국식 건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박물관, 미술관, 식물원, 대성당, 쇼핑 및 식당, 광장 등 주요 관광명소 접근을 위해 17개 정류장을 운행한다.
교통을 파생수요(derived demand)라고 한다. 주요 목적지에서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 교통을 이용한다는 의미로서 교통은 주목적이 될 수 없고 주요 활동을 돕는 수단이다. 즉, 트램은 그 자체가 관광이 아니라 주요 관광명소 접근이나 방문을 돕는 교통수단이라는 것이다. 크라이스트처치 관광객은 트램을 타보려고 이 도시를 방문하기 보다는 주요 관광명소의 접근을 위해 트램을 이용하며 도시 분위기와 맞게 빈티지 트램이 관광화가 되었다. 물론 놀이기구처럼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경우도 있지만 관광명소 없이 트램만을 타보려는 관광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옥마을은 충분히 보행으로 관광이 가능도 하지만 외국 사례처럼 되려면 트램에 탑승하여 한옥 주변을 구경하거나 승하차하면서 체험할 정도로 지금과 차별화되는 매력적이며 강한 관광요소가 있는지 우선 파악해야 한다. 좁은 도로에서 운행이 가능해도 언론에 보도된 태조로, 전동성당길, 경기전길, 전주천동로, 향교길, 은행로 등의 트램노선은 그동안 보행을 기준으로 정비되어 왔다. 관광계절에 사람과 차량의 혼잡에 트램까지 더해지는 상황과 골목형태의 가로, 한옥, 트램의 어울림도 검토되어야 한다.
파생수요 개념에서 한옥마을도 여러 관광명소 중의 하나이다. 전주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한옥마을 콘텐츠를 보강하거나 전라감영, 성곽발굴 및 쇼핑, 기타 도심에서 관광거리들을 찾아내는 등 관광 성장동력에 대한 노력이 선행되고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으로서 관광교통을 고민하는 것이 순서가 아닌지. 당연히 관광교통은 도로여건에 따라 다양한 수단이 응용될 수 있다.
한옥마을 트램과 관광객 증가는 공학이나 기술 외에 관광 및 사회경제학적 측면에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트램이 단기간의 관심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신중한 검토와 공감대도 요구된다. 여전히 한옥마을 정체성이 무엇인지 궁금하면서, 교통이 파생수요 개념에서 벗어날 경우 투자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장태연 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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