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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마을' 전후사정

김영곤 논설위원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원인이 비료공장의 연초박 때문이라는 정부 조사결과가 발표된 건 2019년 11월14일이다. 이를 계기로 그간 뒷짐진 채 나몰라라했던 자치단체·정부가 친환경마을로 바꾼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023년까지 206억을 들여 12개 주민 지원사업을 펼친다는 게 골자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최근 마을동향과 관련 “정부와 자치단체가 주민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업추진을 장담했는데 속도감이 너무 떨어진다. 아직도 비료공장 안에 방치된 폐기물은 처리되지 않고 있다” 면서 “집집마다 도배작업은 물론 마을 배수로 정비·다리 신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함께 하루빨리 주민들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적절한 보상 등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며 희망섞인 기대감을 내비쳤다.

알려진 대로 이 마을의 비극은 지난 2001년 인근 비료공장이 들어서면서 부터다. 18년동안 주민 80여명 가운데 30명이 암에 걸렸고 이중 17명이나 저 세상으로 갔다. 주민들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죽음과 관련된 문제를 수년간 관련부처에 하소연했지만,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다. 별수 없이 주민들이 직접 조사에 나서 비료공장이 진원지임을 밝혀내고 백방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무렵 전북일보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16년 일이다. 보도 이후에도 익산주재 김진만 기자는 마을 대책위와 꾸준히 접촉, 집단 암 발병 원인규명을 위한 관련기사를 연속 보도했다. 그제서야 신문 방송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암 공포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집단 암 발병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최 위원장을 비롯한 마을대책위가 수년 동안 남모르게 고독한 투쟁을 벌여왔다. 그들의 숨은 노력에 힘입어 환경부가 역학조사에 나섰고, 인근 비료공장에서 내뿜은 연초박 연기가 집단 암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힘겹게 정부와 싸워 원인을 밝혀낸 이들의 공로를 인정해 전북일보 기자들이 뽑은 ‘2019년 올해의 전북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13일에도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기사를 연속 보도함으로써 사회여론화에 앞장선 전북일보 김진만 기자가 이 보도와 관련해 ‘2020년 한국신문상’ 뉴스취재보도 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만큼 집단 암 발병과 관련해 사회적 이슈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고, 파장도 컸다는 사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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