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학에서는 온라인 교육이 한창이다. 필자가 속해 있는 대학에서도 몇 주째 비대면 화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시행착오가 없지는 않다. 수업 중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떠드는 학생의 목소리 때문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고, 누워서 수업을 듣는 학생을 일으켜 세우거나, 놀러 가면서 차 안에서 수업에 접속한 학생에게 주의를 줘야 하는 황당한 상황들도 있었다.
화상 수업이 어느덧 익숙해지니 장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평소 수업시간에 대답을 안 하는 학생들도 채팅창을 통해 질문이나 의견을 말하라고 하니 훨씬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한다. 또한 온라인상의 각종 설문조사나 투표 기능을 활용해 학생들의 내용 이해 정도를 편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화면상에서 학생들의 얼굴이 모두 동일한 크기로 보이니, 멀리 뒷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을 소홀히 대할 일도 없어졌다.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눈을 마주치고, 인간적인 유대를 형성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수업을 하다 보면 교수와 학생 간에 주고받는 기라는 게 있다.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눈을 반짝이기 시작하면 교수자도 덩달아 에너지가 올라가서 마치 서로 팽팽한 줄을 잡아당기고 있는 듯한 긴장감인데, 아쉽게도 온라인으로는 이런 기를 주고 받을 수가 없다. 강의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교육주체 간 상호작용과 전인적인 교육을 목표로 한다면 대면 수업의 중요성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제 전 세계가 온라인 교육의 맛을 봤으니,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레토릭을 써가며 포스트-코로나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설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로 최근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는 73%가 대학교육의 생태계를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온라인 교육이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에 활용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온라인 전환의 진의가 교육의 질 향상이라기보다 비용 절감에 있는 것으로 보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온라인 교육은 학생 수의 제한이 없고, 강의실도 배정하지 않아도 되어 학교 입장에서는 소위 가성비가 훌륭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교육부나 대학들은 갖은 방법으로 온라인 강의를 확대하려고 애를 써 왔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온라인 강의가 급속히 확대됐을 때 교육의 질 저하는 불가피하다.
사이버대학에서 오랫동안 온라인 강의를 해온 교수들에 따르면 온라인 강의는 단지 오프라인 강의를 그대로 온라인에 탑재하면 되는 게 아니라고 한다. 품질 좋은 사이버 강의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두 달 전부터 5~6명의 제작진이 교수와 함께 기획 회의를 갖고, 영상,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전문 인력이 함께 해야만 한다. 또한 온라인 환경에 걸맞은 교육학적 고민과 방법론도 수반되어야 한다. 지금 각 대학들이 이런 부분들을 얼마나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각 대학은 비상 운영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하더라도 여러 교육 주체들이 서로 참고 양보해가며 온라인 교육을 하고 있다. 예외 상황은 어디까지나 예외 상황이지, 상시화를 위한 발판으로 이용되어서는 곤란하다. 부디 교육부와 각 대학이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의 유혹에 빠져 교육의 질을 떨어드리는 자충수는 두지 않기를 바란다.
/박문칠 다큐멘터리 감독·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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