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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세계적인 전통문화도시 되려면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들이 그랬듯이 저투자·저성장·저소비·고실업·저출산이 보편화된 뉴노멀시대 또는 수축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가 지역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나름대로 부존자원이나 지리적 여건을 살려 다양한 지역발전 패러다임을 설정하고 이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이 쏠려 있는 대안적 패러다임은 4차 산업시대를 맞이하여 최첨단기술 집적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다. 또 이와는 달리 도시발전의 역점이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나 도시의 고유한 전통성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슬로시티 또는 전통문화의 유지·건설에 주어지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대안적 지역발전정책들은 과거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의 부동산개발 이익창출에 의존하는 개발방식이나 굴뚝형 제조업 육성방식을 벗어나 주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여 나가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를 보면, 미래의 도시발전 패러다임을 전통문화보존과 발전을 통한 관광산업 육성에 두고 있다. 사실 전주시는 한반도에서 수백 년 동안 전통문화가 가장 잘 유지되어 온 도시 중의 하나이며, 맛의 고장, 판소리, 서예 등의 예향이라는 점에서 관광도시로서 부존자원의 비교우위가 잘 갖추어져 있다. 그런 점에서 전주시가 도시발전 패러다임을 문화관광산업에 두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또 이러한 여건과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옥마을이 상당히 성공할 수 있었고, 전라감영 복원사업도 1차적으로나마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전주시가 과연 앞으로 세계적인 전통문화관광도시로서 뻗어나갈 수 있겠는가에 관해 지금쯤 우리 모두가 솔직한 의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필자는 한옥마을을 내세운 전주시가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하기에는 아직 멀었고 이제 주춧돌을 놓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전주시가 세계적인 전통문화관광지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왔을 때 다른 곳은 몰라도 서울 다음에는 반드시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해야 된다고 각인시킬 수 있어야 되는데 과연 그렇게 될 수 있겠는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현재와 같이 비좁고 변질되고 소프트웨어가 갖추어지지 않은 한옥마을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한옥마을에는 상가만 북적거릴 뿐 매일같이 판소리나 전통극 공연을 할 수 있는 실내공연장이 부족하고 아름다운 야외공연장 하나가 없다. 또한 한옥마을 주변에는 경기전을 비롯하여 유서 깊은 문화유산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테마로 하여 창작된 전통극이나 판소리마저 없다. 즉 남원의 춘양전과 같은 소프트웨어가 전혀 없으니 전주여행이 보고 즐길 거리가 없이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해 복원된 전라감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예산문제가 있었겠지만 동편에 건물 일곱 채가 서 있을 뿐 서편은 지저분한 시멘트 울타리에 둘러싸여 흉물 그대로 남아 있다. 더구나 감영과 인접해 있는 중앙동 일대는 도시재생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거리가 음침하고 완전히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그냥 놓아두면 어렵게 복원된 전라감영도 빛을 내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세계적인 전통문화허브를 꿈꾸는 전주시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로마나 아테네처럼 매일 밤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하며, 국악과 판소리를 듣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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