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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불황형 상품

박인환 논설고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기침체의 그늘이 깊어만 가고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될 수록 더 잘 팔리는 상품이 있다. 복권, 술, 립스틱 등이 경기가 어려울수록 매출이 더 오르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꼽힌다.

미증유의 코로나19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 까지 바꿔놓고 있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하는 술의 경우 지난해 까지는 업소용과 가정용 매출 비중이 일반적으로 6대 4 수준이었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올해는 그 비중이 반대로 뒤집어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로 식당과 주점 등의 영업이 통제 또는 영업시간 제한이 시행되는 바람에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Home)술’이나 ‘혼술’이 늘면서 업소 매출은 줄고 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하는 가정용 주류 소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여성들의 화장품 사용 트렌드도 바꿔 놓았다. 불황을 나타내는 지표의 하나인 ‘립스틱 지수’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에 소비가 침체된 와중에 립스틱 매출이 늘어난데서 고안해낸 용어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경기 판단 지표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여성들의 관심이 입술 대신 눈 화장 등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한 대형 화장품 유통업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 눈 화장관련 상품 매출 구성비(比)는 39.7%였으나, 최근 7월하순 부터 한 달 동안에는 50.4%로 늘어 났으며, 같은 기간 입술 화장 상품 매출 구성비는 46.3%에서 41%로 떨어졌다.

복권은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다. 경기침체로 삶이 팍팍해질수록 요행에 따른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경기 불황형 상품 소비 트렌드까지 바꿔놓았지만 복권만은 여전히 불티나게 팔렸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복권 총 판매액은 2조620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보다 11.1%나 늘었다. 2005년 이후 가장 높다. 복권 종류 별로는 로또가 8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판매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판매액은 사상 처음 5조원을 넘어서고, 정부 수익도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복권을 흔히 ‘빈자(貧者)의 세금’ 또는 ‘희망 세금’이라 부른다. 서민들에게 헛된 희망만 키울 뿐이기 때문이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고통없는 세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고, 또 조세저항 없이도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우리나라 복권의 대표 상품인 로또의 경우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로 흔히 벼락 맞을 확률에 비유된다. 이처럼 낮은 확률에도 판매가 불티나는 것은 삶이 팍팍하고 희망이 안보일 경우 복권에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요행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건강한 사회일 수 없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돼 복권이 단순히 건전한 오락 기능에 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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