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논설위원
 
     
   이상직 의원이 이스타항공 사태 책임을 지고 지난 달 24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당에 폐를 끼치지 않고 잠시 떠나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가 맡고 있던 전주을이 최근 사고 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후임자 선출에 관심이 쏠려 있다. 채 2년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 공천권 향배에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주시장은 물론 전주을의 경우 도의원 3명, 시의원 10명을 뽑는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다 내년 대선레이스가 막이 오르면서 무엇보다 조직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하지만 지역구 사정도 생각했던 것보다 녹록치 않은 편이다. 그간 이상직·최형재의 피할 수 없는 파워게임에서 깊은 내상을 입었다. 이 둘의 갈등은 지난 총선 전후로 최고조에 달했다. 이 때문에 파벌과 계파색이 여전해 피아(彼我) 구분이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 데다 이 의원이 원팀정신 훼손 논란에도 도당위원장 출마를 강행했다가 고배를 들었다. 겨우 수습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하려는데 이번에는 위원장 탈당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런 속사정이 저변에 깔려 있어서일까. 1만 여명 안팎의 당원조직을 추스리기 위해선 지역구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내부 인사가 적임자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 만큼 물갈이 차원의 외부인사 차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울러 중앙인사 낙하산說도 심심찮게 나돌지만 ‘무임승차’ 논란으로 시선이 곱지않은 편이다. 총선 후보는 어차피 그 시점에 완전개방 경선을 통해 공천 받으면 된다는 식이다. 충격에 휩싸인 당원들은 산전수전 겪고 오늘에 이르렀는데 무슨 소리냐며 중앙·외부인사 발탁에 대한 반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 때문에 4월 총선 후보자에게 마음이 쓰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최형재는 경선 불복해 탈당함으로써 물건너 갔고, 막판까지 선전을 펼쳤던 이덕춘은 인지도는 올랐으나 지역구 당원을 껴안는데 소홀해 조직력 열세가 약점이다. 뇌물수수 판결을 눈앞에 둔 송성환 전의장의 선택지도 주목된다. 재판결과에 따라 그의 운명이 좌우되는 까닭이다.
반면에 대권을 꿈꾸는 이낙연 대표 입장에서는 뜨거운 감자 임에 틀림없다. 취임 이후 당에 누를 끼치거나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꼴불견 의원들에 대한 군기잡기가 여론의 호평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친문(親文) 정서도 신경써야 하는 처지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부족하긴 그에게도 마찬가지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등 연말국회가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면 곧바로 대권행보에 나서야 하는 스케줄을 감안하면 후임자 선택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새 리더 교체라는 폭풍전야를 앞두고 당원들은 각자도생 생존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혼란을 거듭하는 전주을 지역위원장의 십자가를 누가 짊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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