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 2014년 5월 10일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심폐소생술(CPR)과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고 삼성 서울병원에서 의식없이 병상에 누운 지 6년여 만이다.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기업인이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삼성은 이미 한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기업이 되었고, 지금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등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말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 적용해도 통용될 수 있는 좋은 어록들이다. 단순히 제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철학과 문화를 파는 기업, 사회와 함께 하는 기업으로 더불어 사는 상생의 기업상을 구현해야 한다는 이 회장의 기업 철학은 존경할 만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생전에 강조한 것과 달리 삼성은 사실 전북과는 상생하지 못했다. 자동차와 휴대폰, 전자제품, 컴퓨터, 보험과 증권, 금융 등 삼성이 만든 제품이 전북지역 곳곳에 퍼져 있지만 세계 초일류 글로벌 기업 삼성은 전북 도민들에게 상처를 준 기업으로 남아있다.
새만금 투자 백지화가 바로 그 것이다. 삼성은 지난 2011년 4월 27일 ‘새만금 20조 투자 계획’을 발표해 도민들을 설레게 했다. 2021년부터 20년 동안 20조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정부, 전북도 등과 함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5년 뒤 투자 여력이 없다며 백지화를 선언했다.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의 전북 투자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있던 전북 도민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14개 시·군 거리마다 축하 플래카드가 물결을 이뤘을 정도로 컸던 도민들의 기대와 열망은 실망으로 전락했고, 투자양해각서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지역내 갈등도 심화됐다.
이건희 회장의 타계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3세 경영체제에 진입하게 됐다.
이 회장의 와병 이후 사실상의 경영 전면에 나선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업 비전으로 ‘동행’을 강조해 왔다. “이웃,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이라며 직원 채용은 물론 협력사와의 관계 등에서도 상생협력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전북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삼성의 제조업 투자가 전무한 지역이다. 새만금 투자 무산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전북이 ‘이재용 삼성’체제에서 새로운 동행과 상생협력을 통한 치유의 지역으로 다시 조명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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