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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도그마에 빠진 전북

김윤정 정치부 기자
김윤정 정치부 기자

지난 25일 별세한 고(故)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8일 영면에 들어가자 전북과 삼성의 묘한 인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회장 생전에 삼성은 기업차원에서 전국 각지에 공장을 세우고 투자를 늘렸는데, 유독 전북에선 단 한 번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북은 비단 삼성뿐만이 아니라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다. 실제로 전북에는 대기업 집단이 애착을 갖고 있는 사업장이 하나도 없다. 전북에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공직을 빼면 전무한 수준에 이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기업이 전북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고려하지 않은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역 내 뿌리깊은 반(反)기업 정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북에선 유독 대기업이 지역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일반도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어렵다. 대신 다른 지역에선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업이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은 곧잘 드러난다. 개발과 투자를 무조건 악(惡)으로 규정하는 상황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더욱 견고해져, 지역 내에 일종의 언더도그마(under dogma)현상을 만들어냈다. 언더도그마는 ‘무조건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는 믿음을 가리키는 용어다. 논리적으로 ‘선과 악’ 그리고 ‘강약’은 서로 대칭되는 개념이 아니지만 보통 그렇게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더도그마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 전북에선 더 독특한 언더도그마가 형성돼 있는데 개발은 강자의 논리라는 게 그것이다. 언론 역시 이에 동조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회를 ‘강자 대(對) 약자’로 이분하고 강자로 보이는 쪽을 두들기는 게 정의로 통용된다. 반론을 제기하는 측엔 ‘적폐’ 또는 ‘지역토호’란 굴레를 씌우기 십상이다. 전북 사회가 언더도그마에 빠질수록 기업투자와 지역발전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도 ‘선악의 저편’에서 생각하길 권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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