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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감상, 귀명창에 버금가는 눈명창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요즘 대부분 사람들은 코로나 때문에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스마트폰과 TV 시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소위 뽕짝이라고 할 수 있는 폭스트롯(foxtrot)풍의 우리 대중가요로 가히 전국적인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얼마 전 나훈아 비대면 지상파 공연으로 트롯 신드롬에 정점을 찍었다. 소리명창은 아니더라도 귀명창에 근접한 사람들은 각자 스타일과 취향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음정과 박자와 목소리 톤을 기준으로 가수의 노래 실력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그림 감상과 평가의 기준은 무엇인가? 색채, 균형, 조화, 밀도, 시대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으나 음악처럼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주관적 평가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19세기 이전까지는 미술 감상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화가는 천재성과 결부되어 비교적 일반인이 범적 할 수 없는 아우라로 포장되었다면, 오늘날 현대미술은 다원화라는 다양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내고 도무지 이해 할 수도 없는 난해함과 곤혹스러움을 누구나 다 한 번쯤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일찍이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이 “예술은 사기다”라는 말로 일갈했듯이, 현대미술 감상에는 명확한 척도가 없어서 평론가의 글을 참고로 하지만 오히려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욱 더 혼란스럽고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자본에 침몰된 미술계를 비꼬기 위해 작품을 제작하는 미술 판의 테러리스트 얼굴 없는 화가로 알려진 영국의 낙서화가인 뱅크시는 그의 작품가격이 오히려 청정부지로 치솟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몇 번이고 되새겨 보아도 하늘의 섭리로 지어진 자연과 인간을 그림이나 작품과 비교 할 수는 없지만, 화가의 그림에는 우리가 보는 그 이상의 무엇이 분명히 담겨 있다. 모든 예술의 형태가 그랬던 것처럼 언제라도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왔고 그럼으로써 작가가 처한 현실이 투영되어 하나의 예술을 펼쳐 보여 주었던 것이 곧 예술의 조건이자 역사였다.

야스퍼스는 인간의 유형을 두 가지로 분류한바 있다. 하나는 자신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스스로 많은 짐을 지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전진 해 갈 기백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전자가 엘리트적 인간이라면 후자는 대중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엘리트적 작가란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작가로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나오기 까지는 많은 갈등과 고통을 수반하는 사람이다.

미술평론가 입장에서 창작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바로 독특함이라 말 할 수 있다. 이 세상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새로움을 추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자세는 예술가의 본성이고 바로 아방가르드(전위) 정신으로 예술가의 숙명이요 본질이다. 가령 많은 화가들이 꽃을 소재로 작품을 제작하면서 꽃을 어떤 대상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의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꽃 그림과 네덜란드 고호의 꽃 그림, 한국화가 천경자의 꽃그림은 분명 다르고 세상 어디에다 내놓아도 구분된다. 같은 사물과 대상을 보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조형미술에서 말하는 창작이요 차별화와 다름의 미학인 것이다. 화가들이 사물과 대상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어떻게 독특하고 다르게 작품에 표현하였는지를 발견 할 수 있는 감상자의 눈이야 말로 귀명창에 버금가는 예리한 눈썰미를 가진 눈명창(?)이라 말 할 수 있겠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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