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성(국악평론가)
 
   지난 9월 24일 ‘제1화- 희로애락 판소리 대결’로 5년 만에 전파를 탔던 판소리 명창대첩 광대전2020이 11월 5일 제6화를 끝으로 종영했다. 번외전이라도 하고 싶다는 한 명창의 솔직한 후기는 역설적으로 번외전조차 하기 어려운 현실을 곱씹어보게 하지만, 그래도 판소리의 미래는 밝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받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광대전2020은 시작과 동시에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우선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공연장이 봉쇄되는 가운데 방송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 야외를 활용한 제작이 관객의 관심을 끌어냈다.
경쟁 포맷도 관심을 끌었다. 예전처럼 회를 거듭할수록 탈락하는 서바이벌 방식 대신 4명씩 조를 나눠 매회 우승자를 내는 방식을 도입했다. 덕분에 매회가 결승전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한번은 우승하겠다는 광대들의 간절함이 매주 브라운관으로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캐스팅도 화제였다. 8명의 소리꾼 모두 판소리 전문 대회 대통령상 출신들로 특정 대회에 쏠리지 않는 황금 비율이 돋보였다. 이전 광대전을 능가하는 캐스팅이었다.
무엇보다도 재정이 열악한 지역 방송국의 제작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판소리 프로그램을 제작해 선보인 것은 상당한 신선함을 주었다.
광대전은 국악의 대중화를 고민하던 우리 지역 방송사가 2013년 본사의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 포맷을 가져와 성사시킨 프로그램이다. 전통예술을 소재로 그것도 지역 방송에서 만든 프로그램임에도 전 국민적 화제를 불러 모았고, 그 해 많은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꾸준한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전 탈락자와 우승자가 모두 나와 재격돌했던 2015광대전을 끝으로 더 이상 광대전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재정 문제가 컸다. 최근 들어 재정이 열악해지고 있는 방송사가 화제성만으로 국악 프로그램을 런칭하기엔 리스크가 컸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많은 언론사 사업들이 올스톱되는 상황에서, 국악 프로그램 제작은 더더욱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광대전은 제작되었다. 계산기를 두드리기 보다는 광대들의 자존심을 지켜준 것이다. 시청률 확보에 도움이 되는 B급 감성을 택하지도 않았다. 창작과 퓨전을 앞세워 대중성을 확보하려고 발버둥치는 전통예술계와 달리, 광대전은 전통예술의 마지막 보루라는 십자가를 지고 가는 듯한 인상마저 갖게 했다. 어찌 보면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경향 각지에서 활동하는 소리꾼들이 광대전을 ‘꿈의 무대’로 부르는 것이 빈말이 아닌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당분간 광대전은 볼 수 없다. ‘언젠가는’ 이라는 희망섞인 바람이 현실이 되려면 극복해야 할 현실이 있다. 재정적 지원 문제다. 지금처럼 지역 언론사들의 뻔한 재정 상태를 알고도 광대전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다소 후안무치일 수도 있겠다.
대안이 있을까?
전북에 입주한 공기업, 공공기관이 지역과 상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접근해보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언론사 직접 지원 방식이 문제된다면 예술단체나 기관과 매칭해 포맷을 지원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지역에 기반한 기업들 역시 메세나에 대한 적극적인 열린 마인드를 가질 시점이라고 본다. 예향 전북에서 광대전은 계속 만들어져야 하고, 계속 되어야 한다. /김문성(국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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