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석 논설위원
 
   전북 정치에서 보수 정당은 영원한 야당이었다. 보수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때나 정권을 잃었을때나 전북 정치에서 보수 정당은 항상 변방이었다. 선거 때마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였고, 보수 정당에 참여한 인사들도 자신들의 선거 승리보다는 선거 이후 자리 보상에 관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전북 보수 정당의 한계 도전에 나선 국민의힘 정운천 국회의원(비례대표)의 정치 실험이 눈길을 끌고 있다.
참다래 아저씨, 쌍발통 정치, 함거 석고대죄, 5년 연속 국회 예결위원…
정운천 의원은 이름 앞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많은 정치인이다.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1981년 전남 해남에서 키위 재배를 시작해 뉴질랜드 키위를 국산 ‘참다래’로 정착시키는 성공 신화로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에 ‘참다래 아저씨’로 소개됐다. 당시 고구마를 세척해 소량 포장 판매하는 방식을 도입해 고부가가치 웰빙식품으로 재탄생시킨 것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농업에서의 성공 신화로 2008년 최초의 농업인 출신 농수산식품부 장관이 됐지만 광우병 파동으로 157일 짜리 장관으로 마감했다. 당시 목숨 걸고 광화문 집회 현장에 나갔고, 모든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쌍발통 정치’로 지역장벽을 깨겠다며 2010년 한나라당 후보로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이듬해 LH공사 전북이전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1주일 동안 함거 속에 들어가 도민들께 석고대죄를 청했다. ‘정치적 쇼’라는 냉소적 시선도 있었지만 스스로 내 탓을 인정하고 책임정치를 보여준 신선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전주 완산을 지역구에 출마했지만 역시 고배를 든 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며 전북 보수 정치의 새 역사를 썼다. 국회에서는 4년 내내 국회 예결특위 위원 자리를 지키며 쌍발통 정치를 실천했고, 21대 국회에서도 5년 연속 국회 예결위원 기록을 세웠다.
정운천 의원은 지난 10년간 전북에서 정치를 하면서 자신이 직접 체험을 통해 결론 내린 보수 정당의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바로 호남동행 국회의원과 비례우선추천제다.
국민의힘 국민통합특별위원장을 맡은 그는 올해 ‘호남동행 국회의원’ 49명(전북 17명, 광주 8명, 전남 24명)을 선정해 동행 지역구를 배정했다. 정운천 의원과 추경호 예결위 간사(대구 달성군, 동행지역구 전주) 등 호남동행 국회의원들은 8조원 시대를 연 전북 국가예산 확보에 기여했다. 전북도와 전주시 등 지자체 예산담당 공무원들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호남동행 국회의원을 바라보는 지역의 시선은 일단 긍정적이다. 무늬만 호남이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는 호남인사를 비례대표 당선권에 배치하는 비례우선추천제는 향후 과제다.
전북 보수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 정운천의 정치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참다래 아저씨 정운천의 쌍발통 정치가 도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전북 보수 정당의 성공 신화로 기록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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