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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감투, 뭐가 중헌디?

김재호 선임기자
김재호 선임기자

마을 이장은 정부와 군정의 주요 시책이 주민에 속속 전달되는 핵심 조직이다. 요즘처럼 코로나19 ‘방역 핵심 물품’이 된 ‘행정 지급 마스크’도 마을 이장을 통해 산간 말단 가구까지 전달된다.

농촌산간마을의 경우 인구가 줄고 노령화로 인해 젊은 이장 자원이 부족, 역동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마을 일에 적극 봉사하고 나서는 60 전후 이장님들의 고군분투는 젊은이들 못지않다. 이장들은 고령의 홀로사는 노인, 장애인 등 노약자들을 살펴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적기에 대응한다.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이장은 마을의 든든한 수호천사다.

이 때문에 이장들에게 주어지는 ‘수당’ 등 대가도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다.

이장들에게는 월 30만 원의 고정 수당과 월 2회인 이장회의 참석수당 4만원 등 매월 34만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게다가 설과 추석 등 명절에는 100% 활동수당이 지급된다. 대학생 자녀를 둔 이장의 경우 소정의 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완주군은 상해단체보험(연간 예산 3200만 원)도 가입해 주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마을 일꾼으로서 열심히 일하며 봉사 하면 주민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기 때문에 음으로 양으로 체감되는 이장으로서 자부심과 반대급부도 적지 않다는 게 주변 이야기다. 오지 산간·농촌에 살더라도 자연스럽게 읍면행정복지센터나 농협 등 기관들과의 대외 활동이 원만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장 하기 나름이지만, 꿩 먹고 알 먹고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것이 마을 이장인 셈이다.

이에 이장을 하려는 주민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이장 제한 규정도 있다. 3년 임기인 이장은 최대 3회 할 수 있다. 네 번째 이장선거에 출마하려면 ‘단독 출마’여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어느 마을에서는 특정인의 네 번째 이장 독식을 막기 위해 신규 출마자를 내세우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특정인의 4선 이장을 막기 위해 계략 꾸미기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마을 이장 자리를 놓고 다투던 중 수많은 마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투성이 주먹다짐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완주군 용진읍의 한 마을 이장에 대한 보궐선출이 진행되는 자리에서 사회를 보던 마을개발위원장이 마을주민 B씨와 말다툼을 벌이게 됐는데, 갑작스러운 폭력 사태에 휩싸여 얼굴에 수 십 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경천면의 한 마을에서는 이장을 둘러싼 싸움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고소고발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1년 넘게 태격태격 고소고발전이 계속되고 있는 삼례읍 이장협의회 회장 선출을 둘러싼 후유증도 대표적인 이장 갈등이다. 회장에 재선된 현 회장이 협의회 공금을 이용, 협의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체 이장들에게 주방용 에어플라이어를 선물한 것은 업무상 횡령이다, 회장 개인 소송에 따른 변호사 선임료를 협의회 공금으로 지불한 것도 업무상 횡령이다 등이 주요 시빗거리다.

회장은 정당한 절차라고 맞서고, 이 고소고발사건을 조사한 완주경찰과 전주지검은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고발인 측 이장들은 곧바로 고등검찰에 수사재기를 요구하는 항고장을 냈다.

이장들의 전쟁도 단체장·국회의원 선거전 후유증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공익과 봉사가 중심일텐데 결국은 감투 다툼이 된 현실이 안타까운 일이다. 묵묵히 헌신 봉사하는 이장상 정립이 아쉬운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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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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