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논설위원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어용 논문 한 편이 한국 사회를 발끈하게 만들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일본법을 강의하는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다음 달 한 학술지에 실릴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했다. 그는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 위안부가 모두 공인된 매춘부이고 일본에 의해 납치돼 매춘을 강요받은 성노예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내무성 자료를 근거로 들며 그는 “매춘부로 일하는 여성만 위안부로 고용할 것을 모집업자에게 요구했다”면서 “여성이 매춘시설에서 일하도록 속인 조선 내 모집업자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나 조선총독부가 여성들에게 매춘을 강제한 것은 아니며 일본군이 부정한 모집업자에게 협력한 것도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엉터리 궤변으로 일관된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은 일본 내 극우언론이자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부정적으로 다뤄 온 산케이신문을 통해 보도됐다. 아직 학술지에 발표도 안 된 내용을 극우성향 신문이 미리 집중 조명한 것은 뭔가 짬짜미 의혹이 짙다. 램지어 교수의 배경을 보면 이러한 개연성이 높다. 그는 미국서 태어났지만 일본에서 18세까지 성장했고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학술연구지원기금을 통해 하버드대 일본 법학 교수가 됐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에서 주는 훈장 중 3번째로 높은 욱일중수장을 받기도 했다.
하버드대 교수까지 동원한 일본의 위안부 역사 왜곡행위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불리한 여론과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10월 독일 베를린 미테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을 철거하려다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주민, 그리고 독일 정당 등이 강력히 반대함에 따라 무산됐었다. 미테구는 2019년 7월 위안부 소녀상이 전쟁피해 여성의 인권 문제라는 점에서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다. 그러나 일본의 집요한 방해공작으로 제막식을 앞두고 철거 위기에 몰렸다가 반대 여론이 비등해지자 중단됐다.
지난 1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12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이 처음 인정됐다. 앞서 일본에서 열린 4건의 손해배상 소송에선 모두 패소했었다. 20명이 제기한 또 다른 위안부 피해 손해배상 소송 결과는 오는 13일 나온다.
독일은 시시때때로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를 거듭해왔다. 반면 일본은 반성과 사죄는커녕 패전기념일에 버젓이 총리가 전범을 참배하고 역사 부정과 왜곡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런다고 반인륜적 전쟁범죄와 부끄러운 역사를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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