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금 ㈔한국여성소비자연합전북지회 소장
 
   “애미야! 참 좋다.”
89세의 시어머님은 노치원(노인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신다. 아침이면 눈썹을 곱게 그리시고 틀니를 끼고 미니버스가 오기를 기다리신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잔병치레는 있었지만 노치원생이 되신 후로는 규칙적인 생활로 변비도 없고 치매걱정도 없으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되면서 잔기침만 하셔도, 늦은 저녁 화장실로 이동하는 기척만 들려도 온통 어머니 방으로 신경이 쓰이고 있다.
이런 걱정에 우리 아이들은 없던 걱정도 만든다며 ‘걱정 공주’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제 코로나19로 1년을 살다보니 일상을 도둑맞은 우울함과 만약이 사실이 되는 사례를 접하며 혼자서 드라마를 쓴다.
특히 어르신들에 대한 건강이다. 어머니를 요양시설로 모셔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면 면회도 어려워 창밖에서 가족을 만나는 장면이 떠오르고, 우리 지역에 코로나 위급환자가 많아져 입원할 병실조차 구하지 못한다면…. 상상만 해도 두렵다.
코로나19 사태 1년이 되면서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니 대구 동신병원 인터뷰가 눈에 띈다.
기사제목은 “일반 환자 못 받아 100억 손실”, “정부 100% 보전은 아직 못해“ 등이다.
대구에서 코로나 1차 대유행 당시 동신병원은 4개월 가량 공공병원이 아님에도 병원을 통째로 비워 확진자만 전담으로 받았다. 덕분에 대구시는 의료 시스템 붕괴위기를 넘기게 되었고 정부에서는 당연히 비용에 대한 손실보상이 있어야 함에도 실행되지 않았다.
결국 병원당국은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하니 감염병사태가 발생한다면 민간병원 어느 누가 나서겠는가? 더욱이 지역주민들은 해당병원에 대하여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감염병 진단병원으로 기억되면서 이용을 꺼리고 있다하니 결국 ‘공공병원 확충’이 답이라고 본다.
꼭 감염병 대비만이 아니라 농촌지역 역시 공공병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나름 뜻을 가지고 귀농 귀촌해도 아이 출산 시에는 1~2시간 차를 타고 시내 산부인과나 종합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정부발표는 2025년까지 지방의료원 20곳을 신·중축 한다고 하지만 신규는 3곳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자치단체에 공공병원 설립을 주문하고 싶지만 비용부담이 문제이다.
설립과 운영에 대한 비용은 한자리수 경제 자립의 자치단체가 아니라 90% 이상 국고 부담이 되어야 한다. 이는 적자 시 비용부담까지 포함될 일이다.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의료 인력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의료취약지에서 일할 공공의료인력을 확보, 양성하는 방안 마련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공공의료 준비’를 통해 이번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했는지 우리는 보았다.
코로나19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우리는 정부를 믿고 각자 역할에 충실하면서 만약 문제가 발생하여도 가까운 지역에 나를 받아줄 공공병원이 있고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이를 위해 총괄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는 ‘공공병원관리공단’이나 지역의 ‘공공보건의료재단’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김보금 ㈔한국여성소비자연합전북지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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