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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은 지방이 아니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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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1960년대부터 한국사회는 산업화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시작된다. 2021년 현재,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살고 있다. 사람과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된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은 자원과 기회의 낭비를 가져왔다. 고도비만 수도권은 과도한 경쟁, 부동산 폭등, 출산율 저하를 낳는다. 지방은 소득, 건강, 교육의 불평등이 커지며 청년층 유출, 일자리 부족, 인구 고령화, 상품과 서비스 수요 감소 등을 겪는다.

마스다 히로야의 책 <지방소멸> 에서 바라보는 일본의 미래는 참담하다. 일본에서 인구감소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현실의 문제다. 일본은 매년 한 개 도시 숫자의 인구가 사라진다. 2040년까지 89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소멸할 것으로 전망한다. 마스다 히로야가 분석한 인구 문제를 악화시키는 주범은 인구가 도쿄 한 곳으로만 집중하는 ‘극점사회’.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대한민국 수도권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은 1년 중 한 달은 길바닥에서 보낸 만큼의 시간이라고 한다. 교통 혼잡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31조. 서울시 한 해 예산과 같다.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에서의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 그 치열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혼부부는 출산을 포기한다. 생존 본능이 생산 본능을 앞서고 있다. 2021년 대입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수험생이 대학 입학 정원보다 적었다. 벚꽃 피는 대로 망한다는 섬뜩한 소문은 본격적인 지방대 위기를 예고한다.

최근 로컬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로컬은 영어로 Local.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사는 특정 지역을 뜻한다. 로컬은 단순히 지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골목길 자본론> 을 쓴 모종린 교수는 도시만의 문화가 바탕이 된 산업 형태가 도시의 미래라고 말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지역 내에서의 생활이 중요해졌다. 도시의 특색있는 골목상권. 로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 문화, 놀이, 소비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문화를 갖춘,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 기반은 로컬크리에이터에 있다.

로컬이라는 단어에서 이어지는 로컬크리에이터는 내가 사는 동네, 지역, 도시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여, 지역의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로컬크리에이터다. 지방 도시가 가진 사회적 이슈를 그 도시에 사는 로컬크리에터가 해결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도시를 실현한다. 지역의 음식, 상품, 이야기가 담긴 도시. 사람이 도시에 머무르게 하는 힘은 로컬 콘텐츠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이 모여 로컬이 된다. 지역만이 가진 특징들을 잘 살리면, 더욱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로컬에 담겨있다. 로컬이라는 말은 기존의 의미를 탈피하고 있다. 로컬은 단순히 지정학적 위치나 행정구역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도권과 지방으로 구분되는 차별적 구조가 아니다.

생태계가 유지되는 건 다양한 종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힘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은 로컬에서 나온다.

글로벌(Global)과 지역(Local)의 합성어인 글로컬(Glocal)은 지역의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말한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로컬이 담긴 도시를 우리 스스로 만드는 일이다. /안선우 문화예술공작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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