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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보다 중요한 것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다음 카카오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100’이 있다. ‘당신의 습관이 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100일 동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자유로이 선택한 다음 꾸준히 그것을 해나가는 것을 함께 체크하고 100일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책방 손님들과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매일 한 문장 쓰기’라는 것을 3월 20일경부터 시작했다. 매일 책에서 발견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노트에 적어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책을 뒤적이며 문장을 골라 쓰는 일이 처음엔 꽤 즐겁고 보람 있었다. 문제는 주말이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을 차리다보면 어느새 잊고 있어서 놓칠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제 겨우 반 지나왔는데, 딱 하루를 빠트려서 나는 98%의 실천율을 갖고 있다. 100일간 완벽하게 하려던 실천에 차질이 생겼지만 남은 기간 동안 만큼은 지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상투적으로 쓰는 ‘100일’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는 것이다. ‘백일기도’의 정성이 그저 허투루 하는 기도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실천이라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뭐든 해보지 않고서는 이 또한 모를 일이니 쉬이 어떤 것을 하겠다고 말을 못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5월이 되고부터는 여기저기에 실천 없는 구호들이 떠다니는 것을 보고 있다. 갑자기 거리에 화려한 현수막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지방선거는 내년이라 아직 멀었지만 물밑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5월은 특히나 첫날부터 노동절로 시작해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5·18 민주화기념일까지 의미 있는 날로 가득하다. 이런 날들은 ‘구호’를 만들기에 좋은 기회를 주기 때문에 현수막은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는 어김없이 하나씩 걸려있었다. 구호들을 살펴보니 속이 빤하다. 개인적으로 들어본 이름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언제까지 이런 뻔한 구호들로 선거경쟁을 해야 하는지 나는 시민의 입장으로서 아쉬움이 많다.

누구 하나 어떤 ‘실천’을 통해 감동을 주었다든지 어떤 행동에 ‘노력’을 기울였다라든지의 소식을 들을 수 없다. 물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는 분명히 움직임이 클 것이다. 그러나 구호를 기획하고 외치기 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실천하는 목소리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시민들은 이제 휘날리는 현수막의 문구보다 진짜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어떤 구체적인 실천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100일이 생각보다 짧지 않다. 100일 동안이라도 어린이를 위해, 또는 청소년을 위해, 또는 노동자를 위해 무언가 프로젝트를 해보는 일은 어떨까. 큰 실천이 아니라 아주 작은 실천도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늘 말은 쉽다. 정치인들이 그래서 입으로 정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제는 움직이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정치인을 보고 싶다. 선한 움직임을 준비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의 구호는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신념을 실천하는 것, 나의 전문 분야는 행동이다’라고 말했던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되새기며, 반짝이는 구호보다 단 한 번의 실천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이제는 만나고 싶다.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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