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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테크에 이어 닭테크?

이재랑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이재랑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이재랑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올해 초에 ‘파테크’라는 말이 유행했다. 겨울 한파와 재배 감소로 가격이 치솟은 대파가 ‘금파’로 불리는 상황이 되자 나온 말이다. 파가 비싸져서 가정에서 직접 대파를 키워 먹게 된 상황을 지칭하는 말인데 재테크라는 말에서 ‘재’를 재치있게 ‘파’로 바꾼 것이다. 실제로 2월에는 대파 한 단(1㎏) 소매가격이 1만 원에 육박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지금은 재배지가 확대대고 작황이 개선되어 파값이 3000∼4000 원으로 떨어지고 파테크의 인기도 시들해진 것 같다. 그러나, 달걀값의 고공행진은 여전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 유행으로 산란계가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5월까지 1억 4000만 개 이상의 달걀을 수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 현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달걀(특란) 한 판(30개)의 소비자가격은 예년의 5000 원대 초중반에 비해 약 40% 이상 높은 7000 원대를 유지 중이다. 닭나무를 화분에 심고 닭테크를 할 수도 없으니 달걀을 살 때마다 물가상승을 체감한다.

2019년 이후 0%대에 머물던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2월 1%를 넘어선 이후 5월에는 2.6%까지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중에도 2% 내외 수준의 높은 상승률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지역의 물가상승률은 전국평균보다 훨씬 높다. 5월 상승률이 3.2%에 달하면서 2012년 2월의 3.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와 같은 물가 오름세 확대는 예년보다 기온이 낮았던 봄 날씨, 그리고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 크다. 지난해 한때 마이너스까지 갔던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70달러 대로 올랐다. 한마디로 공급요인의 영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이제는 수요요인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0%대에서 올해 5월 1.5%로 상승하였다. 개인서비스 물가도 올해 들어 소비 활동의 제약이 조금씩 완화되면서 예년 수준의 오름세인 2.5%로 뛰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물가는 어떻게 될까? 주요 기관들의 물가전망을 살펴보면 그 답이 보인다. 국제통화기금은 3월에 한국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0.9%에서 1.4%로 올렸다. 한국은행은 5월말에 1.3%에서 1.8%로 올렸고 기획재정부는 6월말에 1.1%에서 1.8%로 대폭 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물가의 전망치가 높아지거나 전망의 수정폭이 커진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일반인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지난해 초반 1% 후반대로 낮았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6월에 2.3%로 높아졌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가격 결정 및 임금 협상 등을 통해 실제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가가 오를 것이 예상된다면 그에 대비해 미리 행동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과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에 이른 때도 있었는데 최근 물가상승률 수준은 문제 될 것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물가는 내릴 때보다 상승하는 기조일 때 더 무서운 법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인플레이션의 치명적인 폐해를 경험해 보지 못하였기에 물가안정의 중요성을 간과하기도 쉽다. 우리가 공기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제 경계감을 조금 높일 필요가 있다. /이재랑 한국은행 전북본부장

 

△이재랑 본부장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과 조사국 계량모형부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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