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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줄타기

김영곤 논설위원

삽화 = 정윤성 기자
삽화 = 정윤성 기자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에 의하면 지난 주 대비 1% 가량 높았다고 한다. 2016년 국정농단 이후 극히 드문 일이다. 최근 들어 이준석 돌풍으로 인해 2030 세대 입당이 러시를 이룬다는 점에서 예상됐던 일이다. 이 대표가 몰고 온 변화의 바람이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치권에서의 젊고 파격적인 행보는 기대 이상의 역대급이다. 국민의힘 지지 회복은 물론 대선 레이스에서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조사 결과가 발표된 9일, 이에 못지않게 놀랄 만한 뉴스가 이준석 대표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는 이날 윤석열 전 총장과 회동을 언급하며 “저희 당은 훌륭한 좌장 역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 좌장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될 수도 있다”며 운을 뗐다. 그리고 “윤 전 총장같이 야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 전 위원장에 매달려야 한다”며 그의 경륜을 높이 평가했다. 향후 위상에 대해서는“선대위원장이든 뭐든 어떤 역할이든지 후보 옆자리 정도엔 계실 것 같다”며 드러내놓고 대선 중용을 시사하기도 했다.

젊고 역동적인 36살 대표가 80대 원로의 경륜을 부러워 할 순 있다. 이 대표 자신도 정치 경력이 부족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한 수권정당 면모를 갖추기 위한 자강론(自强論)과는 역 주행한 느낌이다. 독선적이고 노회한 이미지의 김 전 위원장과 이준석의 쇄신 바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케미가 맞지 않는다. 문득 이 대표가 지난 달 당선 소감에서 밝힌 ‘비빕밥론’이 떠오른다. 밥과 함께 비비는 식재료의 고유한 맛을 충분히 살려야 제 맛을 낸다며 그는‘공존’을 강조했다. 그러나 식재료는 신선함이 무엇보다 중요한 데 이를 제대로 골라 쓰지 못하면 오히려 맛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젊음·참신·진취 아이콘인 이 대표 이미지에 흠집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김 전 위원장의 뿌리는 전북 순창이며 명문가 집안이다. 그런데도 호남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못해 야박할 정도다. 당내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마다 등판하는 그의 구원투수 역할에 대해서도 못마땅해왔다. 고향 사람인데도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순전히 그의 과거 행보 탓이다. 그는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이 됐다. 전두환 신군부시절 국보위 참여는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작년 광주 5,18 묘역에 무릎 꿇고 사죄할 때도 진정성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국민의힘은 호남 서진(西進)정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지금의 인기는 어찌보면 반사 이익에 편승한 측면도 없지 않다. 집권여당 민주당의 국정 실패에 분노한 유권자 실망감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여야 혁신 경쟁을 통해서만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반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성난 민심을 다독이는 것은 첫 걸음이다. 민주당을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유권자 충고에 귀 기울일 때다.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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