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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시대를 사는 지혜

김병기(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전북대 명예교수)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가 1500명 선을 넘나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집콕’을 하자니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니 짜증이 더한다. 최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장기간 자가격리와 거리두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팬데믹 브레인’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한다. 늘 하던 일의 순서를 잊어버리거나 TV드라마를 보면서도 줄거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답답한 생활을 계속해야 할까?

코로나19사태를 맞기 전, 어쩌면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동적이고 외부지향적인 생활을 했는지도 모른다. 주말이면 으레 들로 산으로 여행을 떠났고 휴가철이면 해외여행을 즐겼다. 각종 스포츠 경기를 구경하며 응원의 함성 속에서 열광했고 ‘불금’이면 음식점과 술집, 노래방 등은 ‘불타는’ 정열을 발산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처럼 몸을 움직여 운동하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즐거움을 갈구했고, 가슴에 쌓인 것들을 외부로 거침없이 발산하면서 속 시원함을 추구했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 가족과 주말여행을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체력단련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테니스나 골프, 등산 등 동적인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여기며 아등바등 그 길을 향해 달렸다. 이에 반해 안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집안에 앉아 독서나 명상을 한다든지 고전음악을 듣거나 서예를 하면서 영혼의 청정함을 추구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처럼 동적인 활동과 외부를 향한 발산의 문화를 편애하던 우리에게 갑자기 코로나19가 닥쳐 발을 묶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주말여행을 가지 못하고 ‘불금’을 즐기지 못하는 현실이 마치 ‘감옥’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짜증은 날로 더하고 다투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안으로 나를 돌아보고 들여다보는 생활을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옛 사람들은 온갖 감정을 외부로 발산하기 보다는 안으로 수렴하여 청정하게 승화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생활을 추구했다. 굳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와유오악(臥遊五岳:자리에 누운 채 오악에 노닒)’하고 ‘좌견천리(坐見千里:앉아서 천리를 내다봄)’하는 지혜를 터득했고 몸을 움직여 발산하는 춤을 추지 않아도 춤 이상의 흥과 여유를 누리는 생활을 했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학(鶴)」 이라는 시에서 학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누가 널더러 춤을 잘 춘다고 하더냐? 한가롭게 서 있을 때가 더 아름답던 걸(誰謂爾能舞 不如閒立時).” 코로나19 시대에 우리는 춤만 추려들지 말고 잠시 서있는 지혜를 터득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우리는 돈을 벌어 돈을 쓰며 온갖 감정을 다 발산하면 갈증이 풀리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행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맹물을 마실 수 있는 청정한 행복을 팔아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설탕물을 사서 들이켰는지 모른다. 갈증이 풀릴 리 없다. 이제 코로나19 앞에서 우리는 한번쯤 기대해볼 필요가 있다. 동적 정열과 외적 발산을 절제하고 내적 수렴과 성찰과 각성을 추구하는 청정한 삶을 지향할 때 코로나19는 언제 사라진지도 모르게 우리 곁에서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김병기(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교수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했으며, 강암연묵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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