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택 논설위원
 
   지난 2017년 9월 서울 강서구에 장애인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학교 설립을 원하는 학부모들과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아파트단지 주민 사이에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장애인학교 설립이 쟁점화됐다.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를 지낸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학교 설립을 반대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강서구에는 공립 특수학교가 전무해 장애 학생들이 구로구에 있는 특수학교까지 한 시간 넘게 통학을 해야 하기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에 서율시교육청에서 2016년 개교 목표로 공립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신설을 추진했으나 지역 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학교 설립 공청회를 연 날 장애 학생의 학부모들이 반대 주민 앞에서 무릎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8년 학교 건축에 들어갔고 계속되는 민원으로 인해 올 3월에야 서진학교가 개교했다.
서진학교와 비슷한 상황이 익산에서도 빚어지고 있다. 익산 덕기동에 있는 중증장애인시설인 홍주원을 익산 신동 도치마을로 옮기려면서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현 홍주원 시설은 안전등급 D·E등급 판정을 받아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 이에 정부 공모사업을 통해 도치마을 내 건물을 매입하고 시설 이전을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재산 가치 하락과 원룸 공실 우려 등을 이유로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1년 넘게 양측의 입장 조율이 안 되자 홍주원 측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익산시도 보건복지부에 관련법률 검토 등을 요구하기 이르렀다. 최근 국가인권위와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거주시설 이전 반대는 장애인 차별행위이고 자치단체가 시설 이전 반대 주민에게 굴복하는 것은 법률 위반사항이 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익산시는 이들 기관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홍주원 이전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 4월 말 통계청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 장애 인구는 263만3000여 명이다. 인구 20명당 1명이 장애인 셈이다. 이들 장애인의 90%는 후천적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다. 즉 나 자신이나 가족 등 누구에게나 장애가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장애인이나 장애인시설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사회적 편견이 여전하다. 헌법과 법률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 입법 정신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구별 없이 더불어 사는 건강한 공동체가 회복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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