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
지난 달 초 국회의원회관 610호 필자 사무실에 녹색 봉투의 우편물이 왔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서 보낸 편지였다. “생명나눔의 감동과 기쁨을 전해주신 후원회원님의 1번째 나눔 생일을 축하드립니다.”추경, 결산심사, 국정감사 준비 등 빠듯한 의정활동과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와 협의하며 군산현안 사업 추진에 매진하며 잊었던 지난달 8월 24일은 필자의 두 번째 생일이 된 것이다.
작년 의정활동을 시작한 직후 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님 등을 여의도 국회 사무실에서 뵈었다. 장기기증은 예전부터 마음속으로만 생각해왔는데 마침 좋은 계기를 맞아 국민의 대표이자 공인으로 장기기증 서약을 마치니 묵혀둔 숙제를 마친것처럼 마음이 뿌듯했었다.
내일은 장기기증의 날이다. 1997년부터 매년 9월 둘째 주를 장기주간으로 정하여 진행하던 것을 2008년부터 매년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지정했다. 장기기증의 날이 9월 9일로 된 데는 깊은 뜻이 있다. 장기기증의 날은 뇌사시 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 2개, 폐장 2개. 췌장, 각막 2개 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기기증의 날은 1년 중 하루만이라도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우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 덜고 장기기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차원에서 지정됐다.
최근 인기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높은 시청율이 장기기증 서약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약 6주 동안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한 사람은 1만 6231명이다. 지난해 동기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수인 5576명과 비교하면 3배가 넘게 증가했다. 사회적으로 장기기증에 대해 심도있게 연출한 드라마가 장기기증 의향을 가진 준비된 시청자와 만나 아름다운 결실을 맺었다.
정부는 금년 3월 ‘장기·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마련한 종합 대책으로는 최초 사례다. 장기기증 의향이 있는 사람이 쉽게 등록할 수 있도록 등록기관을 보건소와 운전시험장 등으로 확대하고, 아울러 장기를 기증한 사람에 대한 보상도 확대해서 조직을 기증하면 최대 14일 범위 내에서 고용주에게 하루 14만원의 유급 휴가 비용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기증자 예우를 위해 지역사회 서비스 요금 면제 할인 등을 담은 조례를 신설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정부에서 역대 처음 장기기증 활성화 대책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다. 연간 국내 뇌사자는 7000명인데 이중 장기 기증자는 450명으로 6%에 불과하다. 이는 스페인의 38% 등 유럽에 비하면 큰 차이가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 큰 축복이고 기적이지만 다른 가족에게는 너무나 큰 불행인데, 매일 밤 내가 그러기를 바란다는 게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한 가족이 의사에게 말한 대사로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처럼 장기기증을 하는 유가족 입장에서는 기증자로서의 희생을 쉽사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장기기증의 고결한 결정을 진심으로 예우를 해야 또 다른 생명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기증의 날은 매우 뜻깊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기증 뇌사자를 의사상자에 준하는 예우를 하거나 지원하여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국가적 차원에서 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 중에 있다.
편지과 함께 동봉된 ‘나의 영웅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수기는 장기이식을 받아 새 생명을 살게 된 이들이 장기기증자에 대한 절절한 감사 인사가 담겨있다. 그렇다. 기증자는 우리사회의 ‘소리 없는 영웅’이다. 장기기증서약을 통해서 누구나 값진 두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를 기대한다. 우리 모두 영웅이 될 수 있다.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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