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해가 바뀌면 모두들 새로운 소망과 희망으로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게 된다. 건설업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연초부터 상반기에 각 지자체와 발주기관에서 지역경기 부양과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며 건설공사를 서둘러 시행하는 예산 조기집행 프로젝트인 이른바 조기발주로 건설공사 물량을 큰폭으로 늘리기 때문이다. 다수의 건설공사가 발주되고 그에 따라 건설업체들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져 들뜬 분위기가 된다. 하지만 마냥 조기발주를 반기고 기뻐할 수 없다. 조기발주의 실익에 대해 심도있게 따져보고 생각해볼 때이다.
건설공사 조기발주는 정부가 IMF이후 건설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해온 정책이다. 연초에 예산을 건설부문에 집중해서 건설업체의 경영난 타개 및 경기활성화 일환으로 공공공사를 서둘러 발주하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공사물량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점 등에서는 이점이 있지만 하반기에 발주물량이 없을 경우 건설업계는 일손을 놓아야 할 형편이라며 건설현장 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에 대한 검토와 제도의 실익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조기발주로 인해 공사가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자재 수급과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이에 웃돈까지 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자잿값·인건비 등 각종 공사비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이 된다. 그러다가 건설물량이 집중된 상반기가 지나고 일감이 없는 하반기에는 건설관련 실업자가 대량 발생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전국적으로 조기발주 공공공사가 일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나오다 보니 한번에 다수의 현장을 진행할 수 있는 규모가 큰 일부 건설사들에게만 수주가 집중될 수 있고 반면 대다수의 소규모 건설회사들은 동시에 여러 건설현장을 운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공공공사 의존도가 높은 영세 건설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이상기후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변경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몇년 사이 급격하게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살인적인 폭염과 기습적인 폭우, 강력한 태풍 등의 천재지변이 발생하여 불가피하게 공기연장 등의 사유로 설계변경이 필요하지만 예산을 상반기에 몰아 쓰다 보니 재정적 여력이 없어 이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공공공사 조기발주로 예산 조기집행을 서두르면서 선급금 발행이 많아지고 선급금 액수가 커지면서 보증한도 또한 커질 수밖에 없어서 향후 또 다른 공사수주 경쟁 때 보증서 발급이 어려워져 수주를 포기해야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으며, 비수기인 동절기에 공사물량이 더 줄어드는 등의 애로사항도 생각해야 한다.
조기발주 및 예산 조기집행은 돈을 서둘러 풀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건데, 업계에선 오래전부터 조삼모사 생색내기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지자체 계약부서에서는 상반기에만 발주를 집중하다보니 하반기엔 할 일이 없어져 버리기도 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은 한철 장사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그에 따라 조기발주 정책의 실익을 생각해봐야한다.
건설예산을 조기 집행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정책도 좋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균형있는 재정 집행으로 실효성있는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태경 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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