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아, 대학!

양현호 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

양현호 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
양현호 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

한때 대학은 성공으로 가는 사다리의 상징이었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보급이 턱없이 낮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한 집안에서 대학 한 명을 보내기 위하여 온 가족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80년대까지도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4명이 채 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자체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치부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자연히 대학의 문턱은 높아져만 갔고 대학을 그것도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사교육의 열풍은 가뜩이나 교육열 높은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안이하고 단순하게도 고등교육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대학은 두 차례에 걸쳐 양적 팽창을 했다. 1980년대 초 사교육 근절의 대책으로 본고사폐지와 함께 ’대학 졸업정원제’를 실시한 것이 그 첫 번째다.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 하겠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무려 30%의 입학정원이 일시에 늘어났을 뿐 결국 정책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 두 번째는 1996년부터 대졸 인력 부족과 재수생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추진 된 ‘대학설립준칙주의’이다. 대학의 설립 요건을 까다롭게 평가하여 인가해 주던 방식에서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모두 허가해 주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추진 이후 5년 만에 60여 개의 대학이 새로 설립될 만큼 대학 수는 팽창하였고,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소위 ‘부실대학’의 대부분은 이 시기에 설립된 것이다. 이 정책은 결국 2013년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부실대학 문제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령인구 추이에 대한 무려 20년 가까운 선행 지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 정책은 이렇게 근시안적으로 확장만을 강조해 왔고 그 부담을 현재의 대학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정부는 2015년 이후 부랴부랴 대학을 감량하겠다고 나섰지만, 그 방식은 너무나도 어설프고 비겁하다.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에게 등록금은 올리지 못하도록 해 놓고, 평가를 통하여 줄을 세운 다음 일부 대학만 골라 쥐꼬리만 한 재정을 지원해주고, 나머지 대학은 ‘부실대학’으로 낙인찍는 일을 벌써 3차례나 했다. 대학들이 고등교육 수요자로부터 이미 혹독한 선택과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이러한 정책은 오히려 대학에 부담만 더해 줄 뿐이다.

우리는 종종 선진국의 경쟁력을 말할 때 그 나라의 대학을 먼저 이야기한다. 그만큼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학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못내 아쉽기만 하다. GDP 기준 고등교육 재정 확보 비율이 OECD 국가 평균의 60%에 불과하다는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나마도 그중 3분의 1은 국가장학금으로 활용되니 정작 대학 경쟁력 향상에 쓰일 재정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지금 대학은 입체적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수용하여 교육 내용, 교육 방식, 교육 환경과 지원시스템 등 전방위의 변화를 추진하여야 할 때이며, 이는 이미 정부에서 관리한다고 해서 잘 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해서 게을리할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대학 정책은 규정을 통한 통제와 지원금을 이용한 간섭보다는 자율권을 보장하고 불필요하게 관여하려 들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이 될 것으로 본다. /양현호 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