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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트로스의 꿈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

<알바트로스의 꿈> 은 크리스 조던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는 다큐 영화이다. 크리스 조던(Chris Jordan 1963~ 미국)은 문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한 작가이다. 그는 미국과 전 세계의 미술관, 화랑에서 100회가 넘는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한국에서는 첫 전시이다. ‘팔복예술공장’에서 크리스 조던의 사진전을 감상했다.

그의 렌즈는 우리가 막대하게 소비하고 버리는 쓰레기에 고정되어 있다. 매분 마다 미국에서 낭비되는 전기 32만 킬로와트, 10초마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비닐봉지 24만 장, 미국 한 나라에서 30초마다 소비되는 10만 6000 개의 캔, 매일 농약으로 죽는 새의 숫자 18만 3000 마리, 매주 미국에서 접수되는 개인 파산 건수, 2만 9000 등등을 백열전구, 폐기된 핸드폰, 버려진 신용카드 등으로 꾸몄다. 명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던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의 그림에 패러디한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환경오염 때문에 어떤 행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오래 전부터 외쳤다. 그런 외침을 듣고 사람들은 쓰레기 하나라도, 화학제품 조금씩이라도, 줄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누구라도 오염을 줄이고 있다면, 모두 실천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가 살아날 거라는 희망 때문이다. 그의 사진전과 영화는 천 마디 외침보다 폐부에 깊숙이 닿았다. 무딘 감각을 두드리며 환경오염이 인간의 책임임을 명료하게 전해 주었다.

작가는 인간이 전 지구적 생명의 그물망에 가하는 거대하고도 다층적인 파괴의 양상이 있다고 전한다. 또한 현대의 대량소비문화에는 누구도 제어하기 힘든 군중심리가 숨어 있다고 토로한다. ‘익명을 핑계 삼아 아무도 책임지려 들지 않는 집단적 환각 상태 속에서 우리는 지구 생명체와 우리 자신의 영혼까지 회복 불가능하게 만드는 폐해를 끼치고 있다. 열린 눈으로 세계의 고통을 함께 직시해야 협력, 인간적 사랑에 기초한 글로벌문화 구축이라는, 인류 진화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촉매가 될 것이다’며 이런 미래를 꿈꾸기에 작가는 힘겨운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외침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가슴을 두드릴 것인가. 태평양 한 복판 미드웨이 섬을 8년 간 오가며 알바트로스라는 새를 관찰한 작가는 부모 새가 물어 나르는 먹이를 먹고 아기 새가 죽어가는 걸 목도한다. 왜 죽는 줄도 모른 채, 죽어가는 것이다. 바람이 죽은 새의 살을 서서히 데려간 뒤, 속을 보여줬을 때, 새의 몸속에는 병뚜껑, 라이터 등 온갖 플라스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 세계 해양에는 2015년 기준, 1억 5천만 톤의 쓰레기가 있다고 한다. 그 물과 물고기를 먹고 사는 우리 몸속에도 이미 미세 플라스틱이 스며든 지 오래이다. 그래서 계속 희귀병이 생겨나는 게 아니겠는가.

또한 충격적인 말도 들었다. 산모가 출산할 때 양수에서 세제와 락스 냄새가 진동한다는 것이다. 석유 찌꺼기로 만든 그 독한 것을 어떻게 사용했길래…. 아픈 아이가 탄생하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다. 용기 뒷면에는 써야할 용량이 표기돼 있는데, 보통은 그 양보다 더 넣는다.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고 버릴 때, 본인이 자기의 생명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자. 쓰기 전에 1초만 생각하자. 의식으로 먹고, 의식으로 사용하고, 의식으로 버리자. /송희 전 전북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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