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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익어가는 순창 산행

최기환 전 순정축협 조합장

최기환 전 순정축협 조합장
최기환 전 순정축협 조합장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명한 사람은 어떤 곳을 좋아할까? 답을 내려보자면 물과 산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내 고향 순창 땅은 노령의 산맥과 섬진강의 물길이 만나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기암괴석을 품고 있는 산악은 장엄하고, 그 절벽을 따라 흐르는 맑은 계곡은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경치다.

이 기막힌 자연을 병풍삼아 한가로이 거니는 것은 어느 때고 좋지만, 백미는 가을에 있다.

여름 땡볕을 잎사귀에 담아 푹 삭힌 수목은 고추장처럼 붉은 자태를 뽐내고, 장마를 끌어안은 강은 풍부한 수량 덕에 유려하게 흐른다.

하늘 높고 땅 깊은 가을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순창 3경 여행임에 틀림없다.

전국 최초의 1호 군립공원이자 순창 제일경인 강천산은 해발 580m로 높지도 않은 산이 어찌나 기세가 좋은지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닮았다며 과거 ‘용천산(龍天山)’이라 불렸다.

용을 타는 듯 한 즐거운 산행은 깊은 여운을 준다.

등산로에 접어들면 두 줄기로 뻗어 내린 병풍폭포를 만난다. 섬진강과 영산강의 뿌리답게 상쾌하다.

본격적인 산행은 다양한 높낮이를 갖춘 오솔길이 넘실넘실 리듬을 선물하며 금세 정상으로 안내한다.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50m 구름다리는 아래를 꼭 쳐다봐야 한다. 애기단풍이 수놓인 산자락은 아찔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길게 굽이치는 섬진강은 쭉 펴면 전주에서 서울까지의 거리가 나온다. 212Km에 이르는 유역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을 뽑으면 거기가 바로 순창의 제2경 장군목이다.

용궐산과 무량산이 좌우 대칭으로 마주 본 형세로 풍수지리‘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에서 이름을 따왔다 한다.

거대한 암석이 수만 년 동안 섬진강에 깎여 빚어놓은 듯 물결친다.

이 명당은 기묘한 보물도 하나 품고 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유명해진‘요강바위’이야기다. 안에 들어가 하늘을 마주하면 영겁의 세월이 다듬은 하트모양이 자연의 신비를 더한다. 마음이 다 훈훈해진다. 가족 손을 잡고 나들이하기에 제격인 자연유원지다.

3경은 채계산이다. 순창 사람들에게 채계산에 얽힌 이야기를 물으면 제각각으로 답변한다.

비녀를 꽂은 여인의 형상을 따와 채계산, 책을 켜켜이 쌓은 모양이라 책여산, 우뚝 서있는 백발노인의 머리칼을 닮아 화산(華山), 산을 수놓은 바위가 꽃처럼 예뻐 화산(花山)까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한 산이다.

최근에는 적성면과 동계면을 이어주는 거대한 출렁다리가 놓였다. 자그마치 270m 구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는 국내 최장 산악 현수교인데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여 스릴이 두배다.

자연과 기술이 만나 전례 없는 볼거리를 만들었다.

순창은 발길 닿는데, 눈길 주는 곳마다 관광자원이다. 천혜의 자연 자체가 문화콘텐츠인 셈이다. 최근 순창은 휴식의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관광인프라를 다듬어 전국 팔도에서 사람이 모여드는 순창을 꿈꿔본다.

그 어느 때보다 막막하고, 또 답답한 가을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탁 트인 야외에서 기분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올 가을에는 순창의 3경을 두루두루 둘러보고 코로나 걱정을 바람에 날려 보내자. /최기환 전 순정축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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