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14개 시군이 지난해 반납한 국비가 63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예산 철이면 지역구 국회의원부터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총 동원돼 힘들게 국비를 확보해놓고 막상 이렇게 많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니 어이없는 노릇이다.
전북도에 따르면 전북 14개 시군이 최근 3년간 반납한 국비가 15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2018년 438억원, 2019년 432억원 보다 국비 반납액이 200억원이나 늘었다. 전북도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자체의 각종 축제나 행사, 자치활동이 축소된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지난해는 특수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매년 국비 반납액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걸 보면 특수 사정이라는 설명만으로 부족하다.
시군들의 국비 반납 사례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규모만 보더라도 과연 정상적으로 국비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김제시의 지난해 국비 반납액은 무려 102억원이나 된다. 전주시 80억원, 부안군 32억원 등 도내 모든 시군들이 적게는 10억원대에서 많게는 100억원대에 이른다. 몇 천만원이 없어 표류하는 시군 사업들이 부지기수인데 아깝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자치단체들도 사업을 하다보면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비도 국민의 세금인 만큼 아껴서야 하는 것도 맞다. 국비를 확보했다고 해서 무작정 다 써야 잘하는 행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연례행사처럼 큰 규모의 국비 반납이 반복되고 있어 그저 선의로 해석하기 어렵다. 국비를 확보할 때 사업 목적이 분명하고 지역 현안이었을 텐데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면 행정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억 원의 국비가 매년 반납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현안 사업의 차질과 함께 다른 예산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매년 대규모 국비 반납이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해당 사업이 주민반대에 부딪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꼭 필요한 현안이라면 어떻게든 주민 설득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도록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비 반납을 제로로 만들 수는 없지만 무엇이 잘못됐는지 점검을 통해 반납액을 줄이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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