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 맞은편에서 마음에 드는 부대찌개집 하나를 찾았다. 맛집 귀한 여의도에서는 오랜만의 귀한 발견이다. 부대찌개답게 통조림 햄이 듬뿍 들어갔는데도 국물이 텁텁하지가 않다. 그런데 맛도 맛이지만, 무엇보다 반한 것은 직원의 장사 수완이다. 친절은 기본이고, 젊어 보이는 친구가 대화도 잘 받아준다. 덕분에 몇 번 가보지도 않은 이 가게에 벌써 정감이 생겼다. 그래서 이 청년에게 말해줬다. “너무 잘한다. 계속 이렇게만 하면 대박 나겠다.” 사실 이 뒤에 숨은 말도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만 삼켰다.
‘제발 문 닫지 말아달라.’
집에만 틀어박혀 있느라 우울해진다지만 코로나 블루는 바깥 거리에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익숙한 골목을 걷다가 자주 가던 단골집이 그 자리에 없는 것이 훅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잦아졌다. 추억의 장소들이 낙엽처럼 하나둘씩 져버린다. 떨어진 경제지표들이야 나중에라도 다시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사라져버린 단골집은 다시 불러올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새해 소망은 20년 전 청춘이 아니라 2년 전 일상이다.
실제로 2022년은 그 일상 회복을 시작하는 해가 될 수도 있다. 정부가 3차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곧 먹는 치료제가 들어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은 코로나가 감기로 전락하는 첫 단계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하지만 준비는 필요하다. 2년 전 하나둘씩 마스크를 써갈 때 그랬듯, 마스크를 벗을 때도 질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정책은 복합 행정의 정수다.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 파악, 전문가 집단 의견 수렴, 국민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 등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들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희생이 큰 집단에 대한 구제책도 설계해야 하고,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에도 귀를 기울이며 그 해소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뿐인가? 백신과 치료제 자급자족이 어려운 우리로서는 국제외교도 필수다. 이런 복잡성은 그 회복 단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거리두기를 풀었다가 확진자가 늘어나면 다시 조이고, 조금 잠잠해지면 다시 푸는 주먹구구식 정책을 펼쳤다가는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 뻔하다.
올해 3월 9일 대통령선거가 있다. 새로 당선될 대통령이 받을 과제는 수도 없이 많지만, 누가 뭐래도 첫째는 코로나 극복과 일상 회복의 시작이다. 못해도 임기의 절반, 어쩌면 5년 전체를 여기에 할애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코로나 행정은 그 어떤 과제보다도 어렵고 복잡하다. 행정을 잘 이해하는 대통령이 돼도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행정을 모르는 대통령이 되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대선이라는 합법적인 전쟁터에서 여야는 지금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그중 많은 것들이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은 대선은 지금까지 없었다. 늘 있던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시끄러운 총성과 살갗 따가운 파편들 속에서도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의 본질을 잊지 않는 것이다. 정권교체? 정권재창출? 둘 다 조금은 사치스러운 말일 수 있다.
단순하게 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다. 후보들은 나와 있다. 누구는 행정가 출신이고, 누구는 검찰 출신이다. 이들 중 누가 내 단골집을 지켜줄 수 있을까? 언제나 그렇듯,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김철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산시상록구을)
* 김철민 의원은 민선5기 안산시장을 지냈으며, 더불어민주당 조직사무부총장과 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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