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반대로 하면 된다

김철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산시상록구을)
김철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산시상록구을)

만약 스마트폰 액정이 때가 타는 물건이었다면, 내 폰 화면은 오른쪽보단 왼쪽이 훨씬 시커멨을 거다. 엄지손가락 노동량의 상당 부분을 페이스북 ‘좋아요’ 누르는 데 할애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행위지만 희열이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상대방에게 내 관심이 전해진다. 어쩌다 댓글까지 달면 상대방도 무척 반가워하며 대꾸를 해준다. 이렇게 SNS로 사람들과 소통할 때면 10년은 젊어진 기분이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그래봤자 우물 안 아재일 뿐이라는 것을.

나와 같은 정치인들이 페북에 열심히 적응하는 사이 2030 세대는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갔다. 유튜브에 익숙해지니 틱톡이 떠올랐다. 앞으로 무엇이 언제 또 튀어나올지 모른다. 따라가기도 힘들고, 이런 신흥 SNS들은 정치 소통에도 안 맞다. 사진만 가득한 인스타나 영상 길이가 1분도 안 되는 틱톡 세계에는 정치인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청년은 없다. 아재에게는 여기가 막다른 길이다.

그런데, 진짜 참사는 이 막다른 길을 깨닫지 못할 때 벌어진다. 젊은 세대 따라잡겠다고 음식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고, 코믹한 춤을 추거나 먹방을 찍어 유튜브나 틱톡에 올린다. 시도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 억지스러운 ‘청년 코스프레(시늉)’는 그동안 청년들 눈살만 찌푸리게 했다.

SNS 밖에서도 나을 게 없었다. 선대위에 2030 인사를 파격적으로 영입하기도 했고, 한 야당 대선 후보의 선대위 출범식에는 댄스팀이 등장해서 ‘헤이 마마’ 노래에 춤을 추기도 했다. 하지만 청년들은 청년을 모르는 청년 영입이나 정치 행사에 동원된 젊은 댄서들의 억지 춤사위에 박수 치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례적으로 ‘2030’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그동안 정치가 청년에게 관심이 없던 이유는 간단하다. 표가 안 돼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지 후보 못 정한 2030 세대가 캐스팅 보우터로 인식되고 있다. 이로써 청년을 향한 정치권의 관심은 강제로 발동됐고, 애 닳는 구애가 펼쳐져왔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다. 이러면 결국 청년들은 이번에도 투표장에 나오지 않거나 홍보 전화에만 10억 넘게 쓴 후보를 찍을 것이다.

청년이 정치를 멀리하는 이유 또한 간단하다. 정치가 내 삶을 바꾸지 못하고, 그렇다고 내가 정치를 바꿀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취직은 힘들고 내 집 마련은 안 보인다. 정치권은 귀는 틀어막고 자신들이 청년을 위하니 표를 달라고 소리만 지른다. 헌법이 내게 준 1표보다 주식시장에서 산 1주에 더 큰 희망이 있다.

정말 청년 마음을 얻고 싶다면, 지금까지와 반대로 하면 된다. 정치가 어설프게 청년에게 다가가는 대신, 청년이 정치에 다가올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 청년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달해서 그것이 정책화될 수 있는 안정적인 체계가 우선이다. 그리고 젊은 나이에 가볍게 정당 활동을 시작해서도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선출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당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

물론 당장 될 일은 아니다. 코앞인 대선에는 맞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까지의 방법들은 통하지 않는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쫓다가는 다 잃는다. 좀 더 길게 내다보고 대통령 후보와 정당이 머리를 맞대서 청년들이 스스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의 청사진을 그려서 내보여야 한다. 오히려 그 진정성이 한 표라도 가져올 수 있다. 0표보단 1표가 낫지 않겠는가?

/김철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안산시상록구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