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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우리 땅, 전라도 천년의 풍상(風霜)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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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전라도 정도(定道) 천년은 우리 민족 천년의 역사를 상징하게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장구한 세월 속에 조선시대 전주는 평양, 한양과 당당하게 어깨를 견주었던 3대 도시였다. 호남평야에서 생산되는 물산이 풍부하고, 멋과 맛과 소리가 어우러진 풍류와 예향의 고장이었다. 동북아 국제교류의 중심지로 중국과 일본을 뛰어넘어 동남아시아를 주름잡기도 했다. 호남평야의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전라도는 우리 근대역사의 주인공으로서 그 위상을 떨쳤다.

전라(全羅)란 말은 온(全)고을에 비단을 깔아 놓은 듯 아름답다는 뜻이다. 이는 산자수려한 산세와 황금벌판의 자연환경을 비유한 것이다. 풍요롭고 훈훈한 인정과 우아한 예(禮)와 학(學)의 고장에서 찬란한 백제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후백제의 왕도로 재기를 꿈꾸며 조선 5백 년의 왕조를 탄생시킨 발상지로서 한국사의 주맥을 이루면서 찬란한 민족문화의 향취를 발산시켜 왔다. 백제문화의 기상은 익산 왕궁의 웅대한 미륵사지와 도작문화의 시원인 김제 벌의 벽골제에서 조상들의 슬기를 찾고 자긍심을 느껴왔다.

전라도는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오래 사용하는 명칭이다. 1018년 고려 현종 때 전국을 5개 도로 나누면서 강남도와 해양도를 합쳐 전라도를 탄생시켰다. 역사적으로 전주는 백제시대(555년) 때는 완산주라고 했고, 신라 경덕왕(757년) 때 완(完)을 의역하여 전주로 고쳤다. 태종(1403년) 때는 전주부로 개칭하여 조선시대 동안 유지되었다. 1935년 전주면이 전주부로 승격되어 독립하였고 나머지 지역은 완주군으로 개칭되었다. 전(全)은 온전할 전이고, 완(完)도 완전할 완, 온전할 온으로 지명도 같은 의미다. 일찍이 선조들이 아름다운 풍정을 노래한 전주 10경과 완산승경 32경은 오늘날 전주와 완주를 대표하는 자연경관이다. 

이토록 유구한 역사만큼 굴곡이 심했던 전라도는 현대사에서는 수도권 집중화와 영남권의 공업화 등에 휘둘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전라감영에 전라감사를 두고 전라도와 제주도까지 관할했던 전북은 이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라도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났다. 3백 만을 바라보던 전북의 인구는 180만 명으로 뚝 떨어졌다. 150만의 광역시로 성장가도를 달리는 광주에 견주어 보면, 전라도의 시원(始元)이었던 전주와 나주는 초라하다.

다행히 2020년 10월, 전라도 정도 천년에 발맞추어 전라감영이 웅장한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전라도를 관할하였던 전라감영과 전주부성을 수호했던 풍남문을 바라볼 때마다 자긍심이 용솟음친다.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치솟은 건물에 걸린 ‘호남제일성’과 ‘풍남문’이라는 현판에서 선조들의 얼이 흠뻑 묻어난다. 예부터 풍남문 종각에서 파루를 쳐서 전주부성 안에 아침과 저녁을 알렸던 종소리는 서울 보신각 종처럼 제야에 종소리를 울려 전라도에 새해 새 희망을 안겨주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게 한다. 

이제 전북인들은 전라감영 복원에 안주하지 말고 후백제를 창업한 견훤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백제인의 영혼을 되살리는 후백제 왕궁 복원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후백제 왕궁 복원이야말로 전라도 역사적 위상 정립과 전북인의 자긍심을 살리는 일이다.  

전북이 미래의 천년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조들의 질곡 같은 삶이 녹아있는 전라도 천년의 풍상(風霜)을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중물로 여겨야 한다.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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