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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 새로운 창업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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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영 원광대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다. 가정을 만드는 가족구성원은 인류역사에서 변치 않는 시간적 구조를 가진다. 바로 어버이에서 자녀로 전수된다는  것이다. 오늘은 한 가정을 기반으로 대대로 다듬어진 기술력이 지역사회의 문화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말하려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상점은 가죽 메모지함과 가죽커버 노트 등을 팔았다. 필자의 눈길을 끈 첫 번째는 상점 현판과 진열장이 주는 웅장함이었다. 피렌체의 대표적인 메디치 가문은 아니지만 출입문 위쪽에는 금속의 문장이 솟아 있었다. 두 번째는 주인의 위풍당당이다. 깔끔한 셔츠를 차려입고 상품이 아닌 그 자리가 5대 째 내려오는 자신의 가문을 자랑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온 지구에서 하나뿐인 창살모양의 문장이 전체에 박힌 메모지함과 주인의 자신감은 잊히지 않는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물건을 사고 기억하게 만드는 힘은 물건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학자 롤프 옌센은 그 이야기의 변치 않는 키워드는 가족, 우정, 사랑이라고 말한다. 피렌체에서는 손님에게 직접 가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태도와 분위기로 직접 전달했고, 지금은 스마트폰 화면의 글과 그림으로 전달하는 차이일 뿐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다양하게 기호식품을 구매하고 배송 받게 되면서 신선식품이 아닌 가공식품은 3대에 이르러 브랜드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충남 딸기농장의 할머니는 설탕이 딸기보다 비쌌던 시절, 할머니가 저장을 위해 설탕을 거의 넣지 않고  딸기잼을 만드셨다. 설탕첨가율과 무가당으로 건강에 신경 쓰는 요즘, 손녀는 시대가 원하게 된 할머니의 기술력에 비대면 판매와 유통을 위한 예쁜 포장과 가족들의 이야기, 브랜드 이름을 더한다. 그 결과는 한 개의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만 1억 넘는 매출이다. 제주 해녀집안의 무용을 했던 손녀는 상경했다가 귀향하여 해녀를 주제로 한 공연을 보면서 뿔 소라 등 해녀의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즐기는 해녀의 부엌으로 브랜드화 한다. 제주 해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연, 특산품 판매, 맞춤형 식사 등이 복합된 참신한 아이디어는 듣기만 해도 설레지만 실제로도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의 우수사례가 된다. 

 

로컬크리에이터를 비롯해 지역혁신 청년가 등 전북 내 각 관할지자체에서도 유사 주제의 창업들을 지원한다. 전국적으로 각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확대에 비해 그 개념에 대한 정립은 현재진행중이다. 그만큼 로컬, 즉 물리적으로 구분된 공간적 영역에서 문화와 경제효과가 나도록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이 어렵고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 소개된 사례 외에도 우수사례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은 발견된다. 단순한 로컬 메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창조의 기반을 만들어준 나의 부모, 조부모 그리고 선대들이 일군 가업과 기술력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을 토대로 한다. 여기에 트렌드를 읽는 감각과 제품 개선, 디지털 기술 등이 하나씩 더해져 매출로 연결된다고 하겠다. 결국 창조는 순식간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것이다. 

/윤진영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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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로컬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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