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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호남이 똑같이 잘 사는 게 한국 민주화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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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대 전 채널A앵커

조선시대 호남 인구는 영남(약 21%)보다 적은 16% 수준이었다. 조선실록에 따르면 정조 22년(1798년) 조선 인구는 741만2686명. 전라도는 122만6247명, 경상도는 158만2102명이었다.

하지만 호남 지역 조세(租稅)는 전체의 30% 가까이 됐다. 군포와 특산물까지 포함하면 전라도가 조정에 내는 세금은 40%를 넘었다. 영조 45년(1769년) 호남 지역 조세는 6만9692석으로 전체 24만5779석의 28.3%를 차지했다. 이는 영남 6만399석(약 24.6%)보다 많았다. 현지 관아(官衙)용을 제외한 중앙조정 납세액은 호남이 6만7277석으로 전체의 41.1%에 이르렀다. 이는 영남의 2만5283석이나 충청의 3만1657석의 2배를 넘었다.

전라도의 토지가 많아서만은 아니었다. 당시 전라도의 전답은 32만 결로 전체 132만 결의 25% 수준이었다. 이는 경상도(22%)나 충청도(19%)와 큰 차이가 없었다. 토지의 비옥도 역시 전라도와 경상도는 상등전에 속했다.

하지만 토지 등급을 매기는 전분(田分)6등법 적용 과정에서 호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1, 2등급을 훨씬 많이 받았다. 당시 1등전(약 3200평)과 6등전(약 1만3000평)은 1결(結)당 면적이 4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같은 면적이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세금이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호남에서 거둔 세금은 96.5%가 중앙 호조(戶曹)로 올라간 데 반해 영남은 41.8%만 상납됐다.

전쟁 때는 조세 편중이 더 심했다. 임진왜란 때인 1593년 이순신 장군은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서 ‘국가군저개고호남(國家軍儲皆靠湖南·나라의 군량미를 모두 호남에 의지했으니)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을 것)’라고 했다. 호남의 조세가 전체의 50%가 넘은 적도 있었다니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구한말인 1894년 전북 정읍 김제 고창 부안 등지에서는 부정부패와 불의, 외세에 항거해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났다. 인내천(人乃天) 사상에 기반을 두고 보국안민(輔國安民)과 제폭구민(除暴救民)을 기치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은 3·1운동과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으로 계승됐다. 동학농민혁명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시초였던 셈이다. 동학농민혁명 때는 최소 3만 명, 5·18광주민주화운동 때는 400명 이상이 희생됐다.

“호남은 대한민국 민주화를 앞당기기 위해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호남을 ‘민주화의 성지’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필자를 영입하는 자리에서 “민주화는 함께 잘 살자고 하는 것”이라며 “호남이 다른 지역과 똑같이 잘 사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화의 목표이자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수도권을 17번, 호남을 3번 찾은 이재명 후보와 달리 호남을 5번, 수도권을 12번 찾았다. 유권자 수로 따지면 엄청난 비효율이지만 호남을 배려한 유세 일정이었다. 대선 후보로서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을 찾은 것도 윤 후보가 처음이다. 

조선시대 호남은 평시엔 국가 경비의 원천이요, 비상시엔 군량미의 보고(寶庫)였다. 구한말부터는 민주화의 성지가 됐다. 윤 대통령은 호남이 다른 지역과 똑같이 잘사는 것이 자신이 평소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라고 말했다. 호남인들이 윤석열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하종대 전 채널A앵커

△하종대 전 채널A 앵커는 동아일보 사회부장·편집국 부국장·베이징 특파원·논설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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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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