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물가가 오르는데 유독 쌀값만 폭락하고 있다. 햅쌀 출하를 앞두고 있는데 창고에는 재고가 천장까지 빼곡하게 쌓여있다. 생산량은 늘었지만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꾸준히 줄고 있다. 근본적인 해법이 없다면 앞으로도 쌀값 폭락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이 겹쳐 인력수급난으로 인건비마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속이 탄다. 바닥도 없이 계속되는 쌀값 하락세를 막지 못한다면 쌀 생산기반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특히 한반도 농경문화의 중심지로 벼농사를 짓는 농민이 많은 전북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급기야 전북도가 전북농협과 함께 ‘하루 두끼는 밥심으로’라는 주제로 ‘범도민 쌀 소비 촉진 운동’을 시작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수도권 집중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지방소멸 위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했다. 특히 농어촌에서는 우리 농업·농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농업인을 찾는 게 큰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영농기에는 당장 하루 인력을 확보하는 일조차 어렵다. 풍년이 들어도 농민들은 웃을 수 없게 됐다. 대책 없는 쌀값 폭락으로 벼를 경작하는 농민과 농지가 더 줄어든다면, 미래 식량자원은 사라지게 되고 다른 작물에 이어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마저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식량주권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지방소멸의 위기가 코앞에 와 있고, 비극은 농촌에서 시작될 게 뻔하다.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농업·농촌을 살려야 한다. 우선 ‘쌀값 안정’이 급하다.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 정책만 바라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정부가 적극 개입하지만 쌀값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다. 각 가정에서 쌀 소비를 늘리는 작은 노력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데 보탬을 줄 수 있다.
전북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쌀 소비 촉진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의 쌀값 폭락이 식량주권의 위기, 농업·농촌의 위기, 지방소멸의 위기를 앞당길 수 있는 만큼, 위기 극복에 전 국민이 나서자는 취지다. 특히 전북은 ‘쌀의 위기’가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쌀, 그리고 농업·농촌을 살리는 일에 전북도민은 훨씬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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