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온후한 인심과 물산이 풍부하고 멋, 맛, 소리가 어우러진 예향 전북은 한국 전통문화의 텃밭이다. 우리나라 산업이 농업 중심이었기에 전북은 사람으로 넘쳐났다. 궁핍했던 시절에 일용할 양식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풍요의 땅 전북은 금만평야를 안고 농경문화가 발달하였다. 1960년대부터 도도하게 밀어닥친 공업화의 물결 속에서 이 땅의 평야지가 공업용지로 탈바꿈해가고 있어도 전북의 강산은 푸른 농경지의 옛 모습을 오롯이 간직해 왔다.
전북이 낳은 문화는 온 백성을 위한 문화인 동시에 온 겨레문화다. 곱씹을수록 숭늉처럼 구수하고 구성진 한국전통문화를 꽃피운 곳이 바로 전북이다. 전주 콩나물의 맛을 모르면 전주 비빔밥 맛만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 음식 맛을 모르는 이치다.
조선시대 전북은 호남과 제주도까지 관장하였던 전라감영을 두고 한양, 평양과 어깨를 견주었던 정치.경제의 일번지다. 멋, 맛, 소리의 본향 전주의 전주대사습은 우리나라 판소리의 요람 구실을 해왔다. 후백제의 왕도와 조선 왕조의 발상지로 풍년을 기원하는 덕진 연못과 단오제, 한옥마을을 연계하는 세시풍속은 전통문화의 산실이다. 우리나라 근대역사문화의 보고인 군산은 한국 근대 풍자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손꼽히는 소설가 채만식의 <<탁류>> 무대다. 호동왕자와 선화공주 설화가 깃든 익산은 백제의 왕도이자 세계 문화유산의 도시다. 미륵 탑과 왕궁 탑은 세계적인 자랑거리다. 국악 소리 은은한 남원은 송홍록과 이화중선이 물먹고 자란 국악의 텃밭으로 수많은 명창을 배출했다. 춘향전의 무대인 광한루원과 최명희의 소설 <혼불>은 남원의 상징이다. 죽창 들고 민중봉기한 동학의 땅 정읍은 동학농민혁명운동의 발상지다. 백제유민의 삶이 녹아 있는 <정읍사>와 내장산 단풍은 정읍의 대명사다.
황금벌 일렁이는 한국의 곡창 금만평야를 간직한 김제는 풍요의 땅이다. 백제유민들이 섬겼던 미륵신앙과 민족종교의 텃밭인 모악산과 금산사를 품었다. 생강과 곶감으로 유명한 완주는 옛 전주부의 고산현이 한 몸을 이루면서 아름다운 완산승경을 간직했다. 구천동 골골마다 옥류가 흐르는 청정 무주는 자연생태보고다. 무주구천동 33경과 무주태권도원은 세계적인 명소다.
신비의 마이산 아래 인삼밭 간직한 진안고원은 삼국시대의 월랑에 물결치듯이 신비로운 경치를 일컬은 월랑팔경이 대표적 풍광이다. 삼절의 고장 장수는 왜장을 끌어않고 남강에 몸을 던진 주논개, 왜적으로부터 향교를 온전히 지켜낸 정경손, 타루비에 얽힌 장수현감 조종면의 노비 충절이 서린 고장이다. 산 첩첩 물 넘실 산세가 아름다운 임실은 그리운 임이 사는 고장이다. 성수산은 고려와 조선 창업의 무대이고 오수는 주인의 목숨을 구한 오수 개의 넋을 기리는 의견의 고장이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옥천골 순창은 장류의 본 고장으로 세계적인 장수(長壽)의 땅이다. 순창고추장과 순창자수는 궁중 진상품으로 명성을 떨쳤고, 여암 신경준은 우리전통지리서인 <<산경표>>를 편찬해서 민족정기를 살렸다. 모양성과 고인돌, 갯벌의 고장 고창은 선사시대부터 내려오는 문화유산을 간직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고창은 판소리 문화를 꽃피운 신재효와 질마재 신화의 주인공 미당 서정주 고향이다. 예로부터 소금 굽고 고기잡고 물산이 풍부한 부안은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축복의 땅이다.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부안은 우리나라 십승지 중의 하나다.
한나라나 민족에 있어 문화가 곧 국력이고 역량이라는 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세계화시대에는 어느 국가나 민족이 지니는 고유의 문화가 그 나라와 민족을 차별화하는 사물의 정도나 성격 따위를 일리기 의한 기준이 되고 나아가 그 정체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비록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화에 뒤처진 농업 위주산업구조와 오랜 낙후 지속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북이 낳은 문화는 백성을 위한 문화인 동시에 온 겨레의 문화이기에 더욱 자랑스럽다. 이에 문화유산의 보고인 전북의 미래는 밝다.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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