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더늠을 인정하는 사회로

image
송봉금 소리꾼․동문창창 대표

판소리 용어 중 ‘더늠’이라는 개념이 있다. 얼마 전 끝난 2022년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주제 또한 <더늠>이었다. 그렇다면 이 ‘더늠’은 어떤 의미일까? ‘더늠’은 ‘더 넣다’ 혹은 ‘새롭게 만들어 짜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의 판소리에 소리꾼의 특별한 역량과 색깔을 바탕으로 새롭게 작곡되거나 구성을 이뤄내는 것. 소리꾼 개인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음악적 표현인 셈이다. 판소리가 지금까지 생명력을 유지해 온 것도 ‘더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부한다. 제자가 스승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도제식 교육의 시스템 안에서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던 ‘더늠’의 개념은 판소리의 예술적 가치를 끌어올렸다. 스승의 소리와 똑같이 흉내 내는 것, ‘거울 소리’라고 하는 것이 중요한 미덕인 소리판에서 어쩌면 그다음 단계의 예술적 행위를 개척해 나가는 다른 차원의 세계일 것이다. 

 

유명한 더늠으로 꼽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김창환 명창의 <제비노정기>랄지, 이동백 명창의 <새타령>, 임방울 명창의 <쑥대머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더늠의 공통적인 특징을 살펴보면 바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판소리 또한 당시의 대중음악으로서 관객의 사랑과 인기로 유지, 발전해 온 장르다. 판소리꾼이 부르는 특정 대목이 더늠이 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면서 가창자의 유일무이한 개성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독창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독특한 음악’이 대중성과 연결되는 지점은 꽤나 어렵고 까다롭다. 수많은 대중을 만족시키고 다양한 관객의 기호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대가 요구하는 것들은 매우 다채롭고 빠른 호흡으로 변해간다. 이러한 취향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는 필수적 요소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신념과 예술성을 색깔로 삼아 오래도록 유지하는 힘은 ‘인기’라는 흥행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구전심수라는 전승 방법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승의 소리를 닮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결국 본인을 발견하게 된 어떠한 지점은 아니었을까. 멋지고 아름다운 옷일지라도 나의 체형이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은 옷이 있다. 힘을 주어 치장을 해도 별 볼 일 없는 날이 있는가 하면 그저 나에게 맞는 옷을 입었을 뿐인데 칭찬 일색인 날이 있다. 더늠도 그렇게 발견하게 된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호쾌하고 신명나는 대목보다는 애원성이 짙은 이별가 한 대목이 참 듣기 좋은 소리꾼이 있다. 어울리는 대목, 성음에 맞는 소리 옷을 입은 격이다. 물론 여기서 전제는 다양한 케이스를 실험하고 관찰해야 나에게 어울리는 옷과 노래를 분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심도 있는 학습과 깊이 있는 고민들이 더늠을 가진 소리꾼으로 성장시킨다.

 

판소리는 현재 다섯 바탕의 소리를 전통이라 부르고 있다. 이전에는 열두 바탕도 있었으며 더 이전에는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의 소리가 존재했을 것이다. 판소리는 삶의 모든 지점을 이야기하고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담아낸다. 판노래가 아닌 판소리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그만큼 우주 삼라만상을 담아내는 큰 그릇의 음악 아니던가. 왜 더 많은 더늠들이 자유롭지 못하며, 왜 더 다양한 소리꾼의 취향이 대중 앞에 나오지 못하는가. 우리 사회는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스타일, 모든 지점의 청춘과 젊음을 갈망한다. 창작이 이뤄지지 않은 전통은 있을 수 없다. 더 다양한 ‘더늠’을 인정하는 예술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송봉금 소리꾼․동문창창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