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섬 신안에는 물이 빠져 열린 노두길을 잇는 순례의 길이 있다. 세계적 순례길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빗대 섬티아고 라고 부른다. 12사도 순례길인데 요즘 실버 세대는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매우 인기몰이를 하는 곳이다. 병풍도에 딸린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 그리고 딴 섬을 잇는 길이다. 신안군 증도면에 있는 이 작은 섬들에 국내외 작가 10명이 예수의 제자 12사도의 이름을 딴 12개의 작은 교회를 만들었다. 베드로의 집, 안드레아의 집, 야고보의 집, 가롯 유다의 집…하는 식이다. 신안의 풍광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교회 건물이 마치 그리스 산토리니섬을 보는 것 같다.
이 길을 더욱 신비롭게 하는 것은 물이 차면 사라졌다가 약 3~4시간 뒤에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 길이 열리는 노두길이다. 신비스런 풍경을 가졌다 하여 기적의 순례길로도 불린다. 12사도 성지들은 글로벌 예술가들이 만든 건축-조각-회화-아르누보 작품들이다. 번쩍하고 스치는 아이디어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섬티아고에서 새삼 발견하게 된다. 남의 떡이 커 보여서 그렇지 전북에도 기가 막힌 풍경과 사연을 담은 섬들이 많다. 부안 위도가 그렇고 선유도. 신시도를 비롯한 고군산열도가 그렇다. 핵심은 얼마나 빼어난 자원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것 못지않게 어떻게 상품화하고 마케팅하는가에 달려있다.
며칠 전 군산 출신 강태창 도의원이 다소 생소해 보이는 ‘전라북도 섬발전기본조례안’을 발의했다. 지속가능한 섬 발전과 섬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섬 관련 종합계획 수립과 섬의 날 기념행사 추진, 섬 발전 자문위 설치 등을 담고 있다. 그는 “시의원 때부터 섬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막상 살펴보니 다른 시도와 달리 전북은 섬 관련 조례가 없었다”며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섬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속 가능하고 개별 섬 지역의 특성이 반영된 발전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 위도와 더불어 고군산열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빼어난 풍광과 역사를 자랑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는 가우디라고 하는 천재 건축가의 손에 의해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났다. 새만금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는 순전히 우리 세대의 몫이다. 새만금수변도시는 방향과 함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새만금수변도시개발을 총괄하는 한 책임자는 2020년 말 통합계획이 수립되면서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서 사르라다 파밀리아 사진을 치웠다고 한다. 깊은 고민 끝에 디자인이 끝난 만큼 이젠 속도전이 관건이라고 본거다. 숙고를 거듭하며 도출된 결론이라면 그때부터는 논쟁은 중단하고 서둘러야만 한다. 그게 바로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말한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경구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