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설레인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겠지만 특히 성인이 되기까지 오롯이 시골에서 보낸 나에게 있어서 고향은 어린 시절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추억 저장소이자 오늘날까지 나의 인생에 있어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온 삶의 뿌리이다. 나의 기억속에 있는 고향마을은 사람이 북적이고 활력이 넘쳤다. 마을에는 아기 우는 소리, 아이들 뛰노는 소리,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로 늘 활력이 넘치고 흥겨웠다. 5일마다 장이 서는 전통시장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과 구경꾼들로 엄청나게 북적이고 흥성댔다. 학교에는 학생들이 많아서 2부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늘 시끌시끌하며 생동감이 넘쳤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사는 존재라서 그런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가면 갈수록 활력 넘치던 옛 고향마을이 점점 더 그리워진다.
그런데 이처럼 기억속에 아름답게 각인되어 있는 고향마을이 지금은 예전과 너무나도 다르게 생동감이 거의 사라지고 활력도 없어져 소멸위기에 처해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사람들로 북적대던 고향마을에는 아기울음 소리 끊긴지 오래고, 젊은이들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연세드신 어르신들만이 외롭게 남아 고향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촌향도의 인구이동이 누적되면서 고향 시골마을은 그야말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지 오래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농촌마을이라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서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안가서 고향마을은 폐허가 되고 소멸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감히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록 필자의 고향마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비수도권 지역이면 어디에서나 나타나고 있는 일반적 현상으로 국가적인 재난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적 재난상황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중앙정부에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대응방안에 보다 더 많은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정부, 지역주민, 출향민 등 관련있는 모든 주체들도 함께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 인구감소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의 정주인구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인구증가율이 낮고 수도권 인구집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지방의 정주인구 증가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간 정부의 정책수립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인구의 개념은 정주인구였으나, 인구감소시대에 있어서는 관계인구 내지 생활인구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이에 맞춘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관계인구’는 일본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해낸 개념으로 ‘이주나 관광이 아니라, 일상생활권과 통근권 이외에 특정지역과 계속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맺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구’를 말한다.,
만시지탄이나 우리나라도 금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일본의 관계인구 개념과 유사한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생활인구‘는 인구를 바라보는 관점을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한 거주 중심에서 지역과 연결된 다양한 관계 중심으로 확대한 것이다. 타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우리 지역과 맺는 다양한 관계를 발굴하고 확대하여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일본 ‘관계인구’의 한국적 적용이라 할 것이다. 앞으로 관계인구 또는 생활인구라는 개념이 지역개발사업, 인프라확충, 도시재생사업, 도시·지역계획수립 등 다양한 정책에 반영되어 적극 시행됨으로써 지역활성화의 전환점이 되고 고향마을이 예전처럼 활력이 넘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상석 전 도시재생사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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