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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기쿠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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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름난 잡지 <INTERIOR DESIGN>잠시 머물고 싶은 세계 12개의 도서관으로 선정된 아주 작은 도서관이 있다. 일본 규슈의 작은 도시 기쿠치시(菊池市)의 시립중앙도서관이다.

기쿠치시는 구마모토현의 북부를 흐르는 기쿠치 강 상류에 있는 인구 5만 명도 안 되는 작은 도시다. 예부터 규슈지방의 정치, 교육, 문화 중심지로 번성했던 까닭에 지금도 적지 않은 유적이 남아 있다. 곡창지대로 농업이 발달하고 지리적 여건으로 쌀 집산지가 되어 상업도시로도 발전했다. 그러나 일본의 오래된 지방 도시들이 그렇듯이 기쿠치시도 쇠퇴의 대열에 들어섰다. 원인은 역시 청년층의 이탈이었다. 대도시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도시는 활력을 잃고 성장은 멈추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이주(?) 행렬이 도시의 존립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자 시가 나섰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청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던 시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의 선택은 도서관. 프로젝트 목표는 지역 주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었다.

시의 의뢰를 받은 건축가 나카무라 가즈노부 씨는 기쿠치 시의 자연환경을 주목했다. 기쿠치강의 흐름처럼 곡선을 그리는 거대한 책장.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아름다운 도서관 기쿠치시립중앙도서관 ‘BOOK RIVER’는 그렇게 탄생 됐다.

기쿠치도서관은 거대한 규모나 화려한 외형을 가진 이름난 건축물과는 다르다. 소박한 건물의 외관만 보자면 특별하지 않으니 디자인 명성을 듣고 찾아온 외지 관광객들이 실망하거나 당황스러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1층에 있는 도서관에 들어서면 강처럼 곡선으로 흐르는 책장이 가로질러 놓인 공간의 아름다움에 금세 압도당한다. 크지 않지만, 100m가 넘는 책장이 강물처럼 휘감기며 공간을 나누거나 통하게 하며 다양한 기능의 공간을 만들어낸 도서관 내부의 아름다운 풍경 덕분이다.

이 작은 도시의 선택은 옳았을까. 2017년 개관한 이후 두 달 만에 지역 주민의 80%가 도서관을 찾았고 타지에서 도서관을 찾는 방문객들도 큰 폭으로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도시는 활력을 찾고 시민들은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는 기쿠치 도서관의 슬로건은 사람과 정보, 문화가 만나 어울리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교류의 공간이다.

쇠락한 도시를 살려내는(?) 도서관이 늘고 있다. 새로 짓거나 오래된 건물을 활용하거나, 지역의 가치를 살려낸 도서관들은 주민을 모으고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어 관광객을 부른다. 인구 감소로 쇠락의 위기에 놓인 도시라면 주목할만한 좋은 선례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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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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