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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길 잃은 전주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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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라이부르크와 브라질 쿠리치바, 덴마크 코펜하겐 등 세계 유수의 환경도시들은 공통점이 있다. 잘 정비된 대중교통시스템과 자전거 전용도로다. 국내에서도 ‘자전거 도시’를 지향하는 곳이 적지 않다. 경북 상주를 비롯해 서울과 대전‧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주시도 민선 6‧7기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기치로 내걸고 자전거 도시 경쟁에 합류했다. 2017년에는 자전거정책과를 신설해 정책적 의지를 보였다. 또 공영자전거 ‘꽃싱이’는 2013년 운영을 시작해 올해로 10년 차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우수 도시로 선정돼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처럼 거침없이 페달을 밟던 전주시가 최근 갈 길을 잃고 멈춰섰다. 백제도로 자전거도로 개설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구간의 차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차로’를 개설한다는 사업 방향이 뒤늦게 논란이 됐다. 전주시는 백제대로 11km 구간에 올 연말까지 자전거도로를 개설하기로 하고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지난해 7월 공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최근 차선 축소에 따른 교통혼잡과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전주시가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달 공사를 전격 중단해 논란을 키웠다. 시는 다양한 시민 의견을 수렴해 사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16일과 26일 주민들과 만난다. 

환경단체에서는 ‘자전거도로 전면 백지화 수순이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단체의 우려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민선 8기 들어 전주시 도시정책 기조가 재생에서 개발로 바뀌었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는 자전거정책과가 자전거팀으로 축소됐다. 또 전주시는 시민 민원을 내세워 자전거 전용차로의 문제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창 진행 중인 사업의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할 정도로 시민 반발이 거셌던 것도 아니다. 

차도 및 보도와 완벽하게 분리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전주도 그렇다. 기린대로 등 간선도로에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도로가 혼재해 있다. 보도에 조성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와 차도를 이용한 ‘자전거 전용차로’가 어지럽게 연결돼 이용자들은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어야 한다. 무늬만 자전거도로인 구간도 적지 않다. 전주시는 당초 백제대로 자전거도로 개설 방향을 논의하면서 ‘자전거 전용차로’를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 보도는 보행자에게 돌려주고 자전거는 차도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불편함이 환경을 살린다’고 했다. 약간의 불편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장의 편리만을 추구한다면 지구촌이 당면한 기후위기, 환경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자전거도로 백지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기존 차로를 줄여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서 차(車)로 분류된다. 도시의 미래를 위해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에 차로 하나를 양보하는 게 그렇게 불편하고, 어려운 일일까?

/ 김종표 논설위원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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