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4 22:1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외부기고

미래교육과 기초학력

image
백현 고창초등학교 교장

교육계는 미래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로 미래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다양한 역량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특히 AI와 VR, 코딩, 에듀테크 교실, 스마트 칠판 등의 물적 인프라를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교육부에서는 2025년부터 일부 과목에 대해서는 디지털교과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래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학습자가 교육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교육방식으로는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갈 수 없으며, 학습자가 주체가 되어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도록 이끌어주어야 하며, 그 도구로 AI와 VR, 코딩, 디지털교과서와 같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디지털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기기를 교육활동에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초학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 알고 무엇을 잘 모르는지, 무엇을 더 알아야 자신이 원하는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취득해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기초학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 전라북도교육청은 기초학력 증진을 위해 학교현장에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모두 간과하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기초학력은 학생들 머리에 집어넣는다고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초학력 부진의 요인은 인지발달의 지체와 신체 발달의 지체 및 ADHD 등 다양하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학습자의 가정과 생활 환경의 불안정에서 오는 심리불안을 들 수 있다.

매슬로의 욕구 5단계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은 생리적 욕구가 만족되어야 안전의 욕구를 추구하며, 사랑과 소속감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단계로 점차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단계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를 실현할 수 없게 된다. 학습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정과 생활에서 안정되지 못하다면 이는 학습에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심리불안의 원인을 제거하고 학습자로 하여금 안정된 상태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 주는 해결책이 함께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기초학력 실태를 조사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심리 정서 상태도 확인하면서 때로는 학생과 부모 상담을 병행하며 보충학습을 지도한다. 그런데, 일부 가정이 학교에서 요청하는 상담에 응하지 않고, “우리 아이는 학원에서 보충학습을 하니까 상담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대답한다. 이는 혹여라도 자신의 치부와 부끄러운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기초학습 부진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은 채 학습만 하는 것은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간혹 그렇게 해서 학습이 이뤄졌다 해도 건강한 자아 형성을 방해하게 되어, 똑똑한 괴물을 키워낸 결과를 낳아 결국은 미래 들어갈 사회적 비용이 커지게 만들 뿐이다. 기초학력 부진의 해결은 학교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며, 가정과 사회와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함께 노력하여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아이를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절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백현 고창초등학교 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현 #고창초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