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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서울에서 만난 전북-가인 김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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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법률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하지만 가고 싶은 대학교는 있었지요.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TV로 중계되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을 보면서 그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었습니다. 학력고사 점수를 받아보니 마침 좋아하는 학교에 갈 점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점수에 맞추어 법대에 진학하게 되었지요.

그런데 대학 생활을 하던 중 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사법시험을 공부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한다는 점이었지요. 결국 저도 친구들을 따라 시험 준비를 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검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시험에 합격한 후 지금까지 제일 많이 들은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가인 김병로’입니다. 대한민국 법조인의 표상과 같은 분이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요. 

가인은 1888년 순창군 복흥면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인도 처음부터 법조인의 꿈을 꾸었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법조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했고,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가인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후 최익현 선생이 이끄는 의병에 가담했습니다. 그러다가 1910년 일본으로 건너가 법률을 배우게 됩니다. 이후 보성전문학교 등에서 법률을 가르치다가 1919년 판사로 임용되었지요. 하지만, 일제에 협력하는 판사의 길이 맞지 않았는지 1년만에 변호사의 길로 나섰습니다. 그 후 13년 동안 독립운동가들을 위한 변론에 혼신의 힘을 쏟았습니다. 결국 일제의 탄압에 못이겨 1932년 경기도 양주군 노해면 창동리로 낙향해 나라 잃은 설움과 울분을 삼켰습니다. 

지금은 서울시 도봉구 창동이 된 그곳에 가인의 동상이 서 있는 이유이지요. 창동역사문화공원에는 가인과 함께 위당 정인보, 고하 송진우 선생의 동상도 있습니다. ‘창동 3사자 동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일제에의 협력을 거부하고 감시와 탄압을 피해 이주했던 독립운동가들이지요. 거기에는 이런 비문이 있습니다. ‘한평생 조국을 되찾고자 헌신하셨던 그분들을 기억하겠습니다.’

사실 서울에는 가인의 동상이 한 곳에 더 있습니다. 바로 서초동에 있는 대법원 1층 로비이지요.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상’이라는 설명과 함께 흉상이 있습니다. 

가인은 독립운동가들의 변호인로서도 모범적이었지만 우리나라 사법의 기틀을 마련한 점에서 더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우선 일제의 영향권에 있던 법률체계를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에 맞는 법률을 만드는데 앞장섰습니다. 

사법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과 대립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억울하면 절차를 밟아 항소하라.’ 발췌 개헌이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 법관들은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권력을 행사한다.’고 대통령이 비판하자 맞대응한 말입니다. 그만큼 사법의 독립이 중요하다는 뜻이지요.

대한민국은 입법, 사법, 행정이 분리된 삼권분립 국가입니다. 국가의 권력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나누어져 있어야 서로 견제를 하고 균형을 이루어 국민들을 위해 제대로 작동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과연 그런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서로의 영역을 탐하거나 시기하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런 시도들 앞에서 가인은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요. 

‘이의 있으면 절차를 밟아 항소하라.’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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