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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씨네 경영난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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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콩 향토 기업 ‘함씨네' 살리기를 위한 범도민 운동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지난 6일 공장 경매에 따른 법원의 강제 인도 집행이 일단 연기됐다. 오로지 건강 밥상을 위한 함씨네의 순수한 열정이 멈추지 않도록 자금 마련의 현실적 대책이 절실하다며 운동본부 측은 다시 한번 도민들에게 호소했다. 어느 날 14살 자식이 갑자기 쓰러져 매일 두 차례씩 주사를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건 몸에 좋은 밥상뿐이었다. 쥐눈이콩을 활용한 청국장 개발 등 건강한 먹거리가 이런 가정사에서 비롯됐다. 덕분에 한때는 대형 마트에 납품하는 등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GMO(유전자변형)의 해독성을 알고 수입산 보다 5-10배 비싼 국산 식자재만 고집하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쉽지 않은 경영 여건도 빼놓을 순 없지만 함씨네 내리막길의 결정적 계기는 2017년 전주 한옥마을 전통 식당을 위탁 운영하면서다. 맛의 고장 전주 음식의 맥을 잇는다는 자부심 하나로 온갖 어려움을 버텨내던 시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시청 공무원들의 점심 식사비 마찰로 인해 전주시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결국 발단이 됐다는 것. 평일 손해 본 장사를 그나마 주말 전통 혼례식의 피로연 수입으로 겨우 때우고 있는데 돌연 외부 업체 출장뷔페가 허용되면서 운영난에 직면했다. 괘씸죄에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사비 1억을 투자해 리모델링을 통한 지역 대표 식당을 꿈꿨으나 무위에 그쳤다. 시와 마찰 과정에서 발생한 밀린 임대료와 과태료로 인해 금융권 대출이 막히고 부실기업이란 이미지가 씌워져 주위의 도움마저 끊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필자도 오래 전 건강 밥상 맛집이란 소문을 듣고 전주 IC 부근 함씨네 식당을 자주 찾았다. 20여 년 전만 해도 콩 음식과 나물 야채 위주 식단이 낯설었지만 맛있고 건강식품이라 해서 즐겨 먹었다. 건강 밥상과 신토불이 농산물에 대한 사회 인식이 높아지던 때였다. 실제로 국내산 재료만 고집하다 단가를 맞추지 못해 대형마트 납품을 포기하고, 코로나까지 덮쳐 학교 급식마저 끊기면서 적자 폭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당시 함 대표는 아들과 함께 김승수 시장을 찾아가 무릎 꿇고 기회를 달라고 읍소하는 등 살아남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폐업 위기에 처한 '함씨네 살리기‘ 운동은 각계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토종 콩 연구·개발과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 힘써온 함씨네 경영난이야말로 외국산 식자재가 판치는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따지고 보면 행정 갑질이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과 함께 입만 열면 기업 유치를 외치는 자치단체가 악조건 속에서 성장한 향토 기업 하나를 살리지 못하고 외면한 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함 대표 트레이드 마크가 하얀 동그란 모자에 환한 미소였는데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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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씨네 살리기
김영곤 kyg@jj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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