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메말라 가는 사회에서 소방관들의 잇따른 희생과 헌신이 새삼 눈길을 끈다. 평소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충만한 소방관들은 근무가 없는 비번날에도 우연히 목격한 시민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쓴채 현장에 뛰어들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례이기는 하지만 귀감이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북소방본부 소속 남기엽 소방위는 지난 16일, 전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 난간 16층에 여성이 매달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래층 난간으로 올라가 여성을 구조했다. 극단적 선택을 앞둔 현장을 목도한 소방관의 발빠른 대처로 인해 응급 처치를 받은 여성은 생명을 건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익산에서 열린 동호인 탁구대회에 선수로 참가한 익산소방서 소속 김태용 소방장은 경기 도중에 심정지 상태에 빠진 60대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해 역시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재난 영화의 고전인 ‘타워링’은 1971년 서울 명동에서 발생한 대연각화재가 모티브가 됐다고 하는데 소방관들의 헌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요즘엔 소방관들이 단지 화재 현장에서만 활동하는게 아니다. 각종 재난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벌이는 구조는 소중한 생명을 하나하나 구하는 일이다. 직업 현장에서 누적된 피로와 정신적 긴장감은 결국 트라우마나 망가진 몸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화재와 구조, 재난 현장에서 입은 신체적 외상과 정신적 외상은 경력이 쌓일수록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구태여 앞장서지 않아도 되지만 대다수 소방관들은 남의 어려움을 보면 쉬는 날에도 위기에 빠진 시민들을 구조하는 경우가 많다. 전주의 한 아파트 베란다 난간 16층에 매달려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곧바로 아래층 난간으로 올라가 구조한 것은 평소 충분한 훈련과 경험, 그리고 직업의식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베란다에서 버티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에 무조건 구조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난간을 잡고 올라갔다”고 말한 소방관의 후일담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익산시장배 동호인 탁구대회에 선수로 참가했다가 심정지로 쓰러진 시민을 구한 소방관의 용의주도한 대처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달려가 응급처치를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소방관들의 생생한 체험담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작지만 매우 의미있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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