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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없는 지방시대, 그리고 지방시대위원회

소멸위기 농어촌, 명절에도 적막
수도권공화국, 균형발전은 말뿐
지방시대 위원들 결기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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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표 논설위원

마을 어귀, 명절이면 어김없이 줄지어 내걸렸던 귀성객 환영 현수막이 크게 줄었다. 정치인들의 낯내기용 명절 인사 현수막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도 말이다. 표 계산에 도가 튼 정치인들의 셈법이니 그 이유가 분명하다. 고향을 찾은 차량들로 빈틈이 없었던 마을 정자나무 앞 공터엔 찬바람만 지나간다. 그렇게 한가위 연휴가 훌쩍 지나갔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농어촌의 명절 풍경이 또 달라졌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일찌감치 수도권으로 떠나고 수명이 늘어난 노인들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농어촌 마을에 명절의 흥은 없었다. 이맘때, 그래도 며칠간은 마을이 떠들썩했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 남아 있는 주민이 줄어드니 귀성객의 발길도 점차 끊어질 수밖에 없다. 예정된 수순이다.

지방의 사람과 재물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된 수도권이 흡인력을 키우고 있다. 그렇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이 블랙홀을 키우면서 균형발전을 외쳐댔다. 대규모 SOC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됐고, 수도권 신도시는 3기, 4기로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지방 살리기, 균형발전은 항상 말뿐이었다. 어렵사리 시작된 지방도시 SOC사업은 제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공사 중단과 속개를 반복하기 일쑤다. 공사 중인 도로에서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건설장비가 녹슬어간다. 인구절벽 시대, 각 지자체는 성과 없는 인구 늘리기 시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효과를 과대 포장한 관계인구‧생활인구 늘리기로 출구전략을 세우더니,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이민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 지방시대위원회가 지난 7월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목표인 ‘지방시대’ 정책의 컨트롤타워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부산과 울산, 대전, 충북, 경남, 제주특별자치도 등 각 시‧도에서도 속속 지방시대위원회를 발족했다. 전북에서도 지난달 13일 ‘전라북도 지방시대위원회 운영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했으니 위원회 출범이 목전에 있다.

지방시대위원회가 지역균형발전, 지역분권시대 개막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대하기 어렵다. 애초부터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구조다. 위원회가 대통령 자문기구로 확정된 탓에 그 한계가 분명하다. 국가균형발전, 지방시대를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와 GTX(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확대,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 등의 행보를 보이면서 사실상 지방시대가 아닌 수도권 확장 시대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시대위원회가 기껏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정도의 기능으로 지방분권‧균형발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 시‧도 지방시대위원회의 역할에는 더 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가 위촉한 민간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보여주기식 구색 맞추기에 노력한 흔적만 보인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권에 명분만 안겨주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남을까 걱정된다. 행여 전문성과 관계없이 개인의 스펙쌓기나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덥석 위원직을 수락했다면,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 민간위원들이 중앙정부를 향해 날선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적어도 지방 몫으로 위촉된 위원들은 이 허울뿐인 감투를 언제든 집어던질 각오로 나서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것이다. 

신도시 정책 등을 통해 수도권 블랙홀을 키우면서 국가 균형발전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수도권 확장을 억제하고, 지방에 책임이 아닌 권한을 대폭 이양해 ‘지방이 주도하는 지방시대’를 열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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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대 #지방시대위원회 #결기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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