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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지자체 문화유산 정책의 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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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기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최근 몇몇 다른 지역의 기초 지자체에서 지자체장이 바뀐 이후 선임자의 문화유산 관리 정책을 정반대로 뒤집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직접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자체장으로서 자신을 지지해준 지역민들의 요구와 이익에 맞추어 맞춤형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온당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지자체 재정이 낭비되고 지역민들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러한 문화유산 정책 변화가 충분한 논의와 시민사회의 합의를 통해 진행되기보다는 지자체장의 의지를 신속하게 실현하기 위한 편의적인 행정이라면 더욱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모 지자체에서는 최근 새로운 시청사 건물을 짓기로 결정하고 지난 1965년에 지어진 구 시청사 건물을 철거하였다. 낡고 오래된 건물 대신 넓은 새 건물을 지으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철거한 구청사는 20세기 중반 활동했던 우리나라 중요 건축가의 의미 있는 작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이전 지자체장 시절에 구청사를 보존하면서 그 주변에 신청사를 짓는 국제현상설계를 마친 건축물이었다. 국제현상설계를 통해 해외 건축가의 작품이 당선되었고 실시 설계까지 마무리되어 착공을 앞둔 상태였다. 새 지자체장에 의한 정책 변화로 수십억의 혈세와 구 시청사 건물은 사라지고 말았다.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오래된 극장을 둘러싸고 극장을 보존하려는 시민단체와 철거하려는 지자체 사이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1963년에 개관한 이 극장은 민간 소유주에 의해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지역민들의 오랜 추억과 애환이 담긴 장소로서 지역 시민사회의 자발적 보존 운동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시에서 극장을 매입하였고, 보존 및 활용 정책을 추진하였다. 또한 현존하는 국내 유일의 단관극장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어 리모델링 예산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철거가 결정되었다. 최근 지자체에서 철거를 시도하면서 시민단체와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부동산 성격을 갖는 근대 건축 유산의 경우 철거 후 개발을 통한 이익 실현을 위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검토되거나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철거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근대 건축 유산의 가치를 폄훼하는 다양한 논리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노후화되어 위험하다거나, 활용이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하다거나, 또는 혐오감을 조장한다는 식의 논리이다. 앞에서 예를 든 지자체에서 철거된 시청사는 그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일본 유학생 출신으로 그 시청사가 일본 건축의 잔재라는 비난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근대 건축 유산은 그 가치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문화유산이 되는 문화유산화 과정 중에 있는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서로 다른 의견과 가치 평가가 공존하고 있으며 상호 대립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민주적 과정을 통해 해당 유산은 우리 공동체의 의미 있는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민주적 과정 자체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성급하게 가치를 폄훼하여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멸실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직접 선거에 의한 정당 중심 지방자치제가 갖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문화유산 정책의 일관성도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부분이다.

/송석기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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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기 #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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